류준열 주연의 주식 관련 영화 <돈>은 증권가의 뒷거래를 다룬 영화로 2019년에 개봉했던 영화다. 단기간이었지만 반짝 흥행을 하기도 했다. 촬영은 2017년에 이루어졌지만, 개봉이 2년 미뤄졌던 영화였다.
<돈> 시놉시스
오직 부자가 되고 싶은 꿈을 품고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한 신입 주식 중개인 조일현(류준열). 백도 줄도 없는, 수수료 0원의 그는 실수로 인해 곧 해고 직전에 처한다. 위기의 순간, 베일에 싸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를 만나게 되고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거래 참여를 제안받는다.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인 후 순식간에 큰돈을 벌게 되는 일현. 승승장구하는 일현 앞에 번호표의 뒤를 쫓던 금융감독원의 사냥개 수석검사역 한지철(조우진)이 나타나 그를 조여오기 시작한다.
영화 <돈>의 시놉시스는 간단하다. 증권가에 입사한 평범한 신입사원이 작전 설계자를 만나면서 사건에 휘말리는 과정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증권업계에서 실제로 진행되는 케이스들이 몇 가지 있는데,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이게 뭐지?' 하고 어물쩡 넘어가버리게 된다. 영화에 그려지는 거래에 대해서 소개한다.
<돈>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스프레드 거래'
극중에서 조일현이 최초로 시도하게 되는 거래가 바로 '스프레드 거래'다. "개장 1분 전에 스프레드 거래 13,000개가 나올 테니, 그중에서 8,000개를 담아라"라는 것이 지시의 내용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공매도나 일반 주식 매수 등은 일반적인 내용이라 크게 어려운 내용이 없는데, 여기서 말하는 스프레드 거래는 무엇일까?
스프레드 거래는 일반적으로 '선물거래'에 사용되는 거래방법이다. 선물거래에는 '만기'라는 개념이 있다. 3, 6, 9, 12월에 이 만기일이 있기 때문에 적당한 가격에 포지션을 청산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스프레드(Spread)'거래라는 것은 현재 가지고 있는 선물계약을 다음 만기 선물로 바꾸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3월 만기 선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6월 만기 만기 선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 가격차이만 가지고 '거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스프레드 매수를 하게 되면 3월 만기 선물 매도 + 6월 만기 선물 매수를 한 번에 하는 셈이고, 스프레드 매도를 하게 되면 3월 만기 선물 매수 + 6월 만기 선물 매도를 한 번에 하는 셈이다.
영화에서도 이야기하듯, 스프레드 거래는 일반적으로 100계약 내외 정도로 거래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대략 현재 시점의 KOSPI 200 선물을 기준으로, 선물 1 계약은 약 6~7천만 원 정도다. 100 계약만 하더라도 거래대금은 약 60억에 달한다. 포지션을 급격하게 전환하거나, 특별하게 시장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아니면 영화와 같은 '실수'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1만 단위의 거래를 하진 않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모두 '주문실수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자세한 설명 없이 간단하게만 묘사한다. 한 직원이 13000 계약을 던졌고, 조일현이 8000개를 매수하고 마무리된다. 그리고 다음날 홍콩에서 매도가 나오면서 한국 주식시장이 -4%가 되고, 조일현이 돈을 버는 것으로 나온다. 이게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자.
영화 <돈>에서의 스프레드 거래 : 실제로는 불가능
먼저 영화에서 '한영증권' 직원이 SP1503-1506 코스피 200을 13,000계약 매도한다. 가격은 0.65다.
SP는 스프레드 거래라는 의미고, 1503-1506은 2015년 3월 만기 선물과 2015년 6월 만기 선물 간의 거래를 말한다. 이 상태에서 가격 0.65는 두 계약의 가격차를 0.65로 둔다는 뜻이다. 3월 만기 선물이 250이라면, 6월 만기 선물은 250.65로 가격을 설정하고 매도주문을 낸 상태다. 아마도 만기일 바로 전날이었기 때문에 3월 만기 포인트는 거의 코스피 200 지수와 비슷했을 것이고, 6월 만기 선물은 차이가 조금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조일현은 이 중에서 8000계약을 매수하였고, 약 501억 정도를 거래한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다음날 코스피는 약 4%가 하락하게 되는데, 코스피 200 지수는 일반적으로 코스피 지수와 비슷하게 움직인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약 4%가량 하락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스프레드 매매로 500억의 4%에 해당하는 20억을 벌고, 7억 정도를 받는 것으로 묘사한다.
원래 정식 스프레드 거래에서는 3월물과 6월 물을 '교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6월 물 미결제약정 8000 계약을 바탕으로 가격이야기가 나와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영화상에서는 대략적인 모습만을 묘사하기 대문에 자세하게 다루진 않는다.
한국에서는 결제월에 따른 스프레드 거래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 번의 스프레드 거래로 엄청난 수익을 남기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주문실수'로 스프레드 거래를 진행한 경우에는 보통 '물러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2010년 캐나다 왕립은행에서 달러 선물 스프레드 위탁거래를 하던 도중, 주문 실수를 낸 적이 있다. 해당 거래는 한국거래소에 '착오거래정정신청'을 통해 대부분 회수되었다. 그러나 끝까지 돌려주지 않았던 동양증권은 소송까지 갔지만 결국 해당 금액을 돌려주게 되었다.
즉, 한국시장 상황에서는 조금 맞지 않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영화 상에서는 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조일현(류준열)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셈이니 그냥 지나가도록 하자.
<돈>의 출연진과 평가: 디테일이 떨어지는 하이스트 무비
주요 출연진
조일현(류준열), 번호표(유지태), 한지철(조우진), 유민준(김민재)
변 차장(정만식), 전우성(김재영), 박시은(원진아), 김 부장(김종수)
본부장(손종학), 박창구(진선규), 예지(임세미), 로이 리(다니엘 헤니)
영화에 대한 평가
영화 <돈>의 총 관객동원은 300만 명을 넘겨서 손익분기점은 넘겼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증권가 이야기를 잘 묘사하는 듯하다가도, 스프레드 거래 묘사처럼 디테일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특히 결말의 내용이 급하게 마무리되었다는 평이 많아, 재미있는 영화가 되지 못했다는 말들이 많다.
한국의 범죄영화의 경우 <범죄의 재구성>이나 <타짜>와 같이 명작으로 회자되는 영화들도 있지만, 증권가와 관련된 영화들은 유독 이런 면에서 약한 점이 많다.
영화 <작전>에서도 나름대로 주식 작전판에 대해 고증을 많이 하긴 했지만,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점은 어쩔 수 없었다. 아무래도 증권가의 '돈의 흐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빅 쇼트>와 같은 영화도 다큐형식을 취하여 관련 내용을 소개하긴 했지만, 역시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돈>에서는 주로 번호표의 작전만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내용이 빈약해진 면도 있다. 앞으로도 이런 영화들이 종종 등장할 수 있는데, 증권가의 디테일을 살린 영화가 등장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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