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카월드에서 투자에 대한 표현으로 자주 인용하는 '야수의 심장'이라는 말이 있다. 원래 이 단어는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가 재판에서 했던 말에서 유래되었다.
원래의 문구는 "민주화에 대한 야수의 심정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대범한 혹은, 무모한 투자에 대해서 '몰빵'을 치는 것을 야수의 심장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저명한 경제학자 메이너드 케인스도 이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바로 '동물적 기상(Animal Spirits)'이다.
이 의미를 알고 써서 그런지, 그는 주식투자에도 탁월한 센스가 있었다고 한다. 대공황 당시에도 120%의 투자수익률을 올렸다고 하는 그의 주식투자의 센스의 핵심은 무엇이었을까?
케인스주의 - 정부 개입이 새로운 수요를 만든다
영국의 경제학자로, 거시경제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일반 대중이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경제에서 '큰 정부'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토드 부크홀츠도 <죽은 경제학자들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에서 케인즈에 대해 언급할 때, 루스벨트부터 닉슨에 이르는 미국의 대통령들이 케인스가 그려진 넥타이를 매고 다녔다고 표현한다. 미국 대통령들이 모두 그의 사상을 신봉했다는 의미다.
케인스의 사상에서 가장 핵심이 되었던 부분은 두 가지다. 바로 '민간 경제(Private Economy)'의 불완전함과 '정부지출'이 이 불안함을 메꿔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사상을 통해 경제적 위기상황에서 '정부의 개입'이 당연하고 또, 가능해진 것이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정부의 개입'이지만, 역사를 되돌아볼 때 정부의 개입은 상당히 불편한 것이다. 민주주의 체제가 시작되기 전까지 왕정은 국민들을 '수탈'하는 것이 기본값이었다. 그리고 초기 자본주의 시스템이 정착되기 시작할 때에도 '자유방임'은 최대의 덕목이었다. 그래서 정부의 개입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상황.
케인스는 그의 저서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자유방임주의의 한계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정부 지출로 수요를 만들어내면 자본주의의 붕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제시하였다. 그래서 케인스는 경제학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놓게 된 셈이다. 당연한 것에 대한 '통찰'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수학자에 가까웠던 경제학자
케인스의 학문적 배경은 수학에서 시작한다. 수학을 공부한 뒤 나중에 경제학에 입문한 케이스다. 그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었던 루스벨트 대통령도 "그는 경제학자라기보단 수학자 같았다"라고 평가했다. 그의 수학적 사고가 느껴지는 어휘가 바로 '동물적 기상'이다.
어떤 일이 잘 되리라는 믿음에 따라 그 일을 해보겠다는 결정을 내린다면, 대부분의 경우 그 결정은 동물적 기상에 따른 것이다. 계량화된 확률과 계량화된 이익을 곱한 가중평균의 결과에 따른 결정이 아니다.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
여러 정보를 종합하여 철저하게 계산된 선택이 아니라, 대강의 긍정적인 믿음으로 던지는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던지는 경고같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을 지닌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장은 양적인 성장을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그냥 묻어놓고 던지는 개미들의 돈이 결국 시장을 불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철저하게 계산을 하고 이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존재들이 주식투자를 한다면, '합리적인 투자'만을 하면서 시장을 정체시켰을 것이다. 한 마디로 '가즈아'를 외치는 '야수의 심장'들이 없었다면, 시장의 성장도 별로 없었단 것이다. 케인스는 이러한 동물적 기상을 바탕으로 시장의 본질을 꿰뚫는 독특한 투자 방법(?)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케인스의 주식투자 미인대회론
케인스가 주식투자로 상당히 성공하였다는 말에 사람들이 그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어떻게 종목을 고르면 되냐는 질문에, 그는 미인대회의 우승자를 선발하는 것 같이 생각하면 된다고 하였다.
미인대회는 수 많은 미녀들이 나온 상태에서 '최고의 미인'에게 상을 주는 대회다. 오랜 역사의 미스코리아 대회를 봐도 알겠지만, 사실 해당 대회의 우승은 '절대적인 미녀'가 상을 받는 것이 아니다. 절대적인 미녀라는 게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그저 보는 사람의 미적 기준에 따른 취향들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를 진행할 때 사람들은 기업에 대해 치열하게 분석한다. 그리고 이 회사가 대박인 이유를 수 십, 수 백 가지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주가가 10배 튀는 주식은 다른 주식이다. 내가 분석한 주식과 10배가 된 주식의 차이는 무엇인가? 바로 '내가 생각하는 미인'과 '미인대회에서 우승한 미인'의 차이다.
내가 미인대회의 우승자를 선발하는 입장이 아니고, 미인대회 우승자를 선택하는 도박을 하고 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나는 '내가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우승할 것 같은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주식에 대입한다면, 내가 보기에 완벽한 회사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집중을 이끌어낼 수 있는 회사가 결국 대박 주식이 되는 셈이다.
케인스가 이야기하는 '동물적 기상'은 여기에 접목할 수 있다. 남들이 긍정적인 희망으로 사는 여러 종목들 중에서, 그 동물적 기상이 가장 많이 모일 주식을 찾는 것이다. 내가 미인대회의 심사위원이 아니라, 그저 우승자를 맞히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개미는 뚠뚠'이라는 주식 예능 프로그램에서 장동민의 발언이나 투자들이 관심을 끈 적이 있다. 투자한 회사에 대해 정확한 것은 모르지만, 인기가 있을 것 같다란 이유 만으로 투자를 하는 모습들을 보인다. 어쩌면 그가 보여주었던 투자 형태가 케인스가 말한 미인대회론에 가장 부합한 형태일 수도 있다.
케인스는 수학자로 출발한 경제학자였지만, 그의 미인대회론을 보면 사람의 심리에 대해 잘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연한 것을 새롭게 생각하게 만든 그의 연구 덕분에 자본주의는 새롭게 성장하였고, 그의 투자는 성공했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그가 이야기했던 '동물적 기상'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 보고 투자에 접목하도록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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