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정말 끔찍하리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한국의 주식시장은 언제나 갇혀있다. 오너의 욕심과, 정부의 삽질이 어우러지며 수백만 개미 투자자의 항상적인 패배로 마무리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살펴보자.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란?
할인이라는 단어는 참 좋은 단어다. 우리가 물건을 살 때 까지는. 한국 주식시장에 널리 퍼져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저렴하다는 좋은 의미에서의 할인이 아니라, 가치가 절하되어 있다는 부정적인 디스카운트다. 코스피 지수가 2,400 언저리를 횡보하고 있는 지금, 디스카운트가 없었다면 10,000도 갈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무엇일까?
사실 한국의 디스카운트 원인을 꼽자면 정말 수도 없는 이유들이 나온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정부와 기업 오너에게 있다고 본다.
정부의 역할 - 엄정한 매니저 역할의 실패
주식시장은 기업 활동이 원활하게 돌아도록 만들어주는 곳이다. 주식시장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금이 유입되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활동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주식시장에 충분한 자금이 유입되려면 매력을 느껴야 하는데, 정부가 만들 수 있는 매력은 바로 '세금'이다. 세금제도를 통해 정부의 의지를 직접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를 되돌아볼 때, 2년을 실거주하면 양도차익에 대해 비과세를 한다는 부동산을 보면 어떨까? 주식시장에 비하여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세금제도의 운영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은 바로 엄정한 매니징의 실패다. 최근 한국 시장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물적 분할'이다. 회사를 자꾸 쪼개서 상장해버리는 회사들이 있지만 이를 막는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정부는 그저 응시만 하고 있었다. 시장을 흐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충분한 정부차원의 제재가 있어야 하지만, 여전히 정부의 제도는 몇 걸음 뒤에 있다.
미국 라스베가스의 카지노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바로 '타짜'들의 존재다. 이들의 존재는 카지노의 게임이 공정하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에 카지노는 이들을 가장 먼저 쫓아낸다. 한국의 정부는 타짜를 방치해 두는 카지노와 비슷하다. 결과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이 공정하지 않다는 뿌리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회사는 오너의 것인가?
한국 주식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의 절반이 정부라면, 나머지 절반은 기업에게 있다. 그 중에서도 '회사는 내 거'라는 인식이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극대화한다.
정확하게 말해서 회사라는 '법인'은 대표와 별개의 존재다. 대표는 회사를 키우고 성장시키는 존재지 회사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대표들은 대부분 회사가 '내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자신의 회사를 조금씩 가지고 있는 주주들은 자신에게 돈을 주는 '호구'라고 생각을 한다.
한국 상장사들의 배당률은 낮은 편이다. 배당은 회사가 벌어들인 '잉여 현금'을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것이다. 회사 오너의 입장에서는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개미'들에게 피 같은 돈을 나눠주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지분율이 높은 기업이 아니라면, 최대한 배당을 미루려고 한다. 최근 배당이 조금씩 향상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배당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제 곧 2월 마지막 주가 되면 대부분 회사에서 주주총회가 열린다. 주주총회가 열리는 장소를 살펴보면 회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보인다. 자신들의 공장이 있는 시골에서 주주총회를 여는 것은 소액주주들을 무시하는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쓸데없는 사람들을 주주총회에 부르고 싶지 않다는 의지인 것이다.
몇 년 전, 나는 A 제지회사의 주주총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주주총회장은 경기도 A 제지회사의 공장이었다. 주주총회의 참석까지는 좋았지만, 대표이사의 진행이 이어지는 동안 회사의 직원들이 참석하여 엄숙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대표이사가 형식적으로 '질문이 있냐'라는 물음에, 나는 물어보고 싶은 내용이 있어서 질문을 했다.
당시 재미있던 것은 내가 질문을 하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회사 직원들이 긴장하며 나를 쳐다보았단 것이다. 나는 그때 의문이 들었다. 나는 주주로 여기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무슨 나쁜 놈 역할로 있는 것일까? 나는 주주임에도 불구하고, '감히 대표이사님께 질문을 던진 무뢰배'가 되어 있었다. 그 회사에 '주주'는 없었다. 나는 그 이후로 A제지에 절대 투자를 하지 않는다. 대표이사가 얼마나 주주를 하찮게 보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왜 대표이사는 이렇게 배짱을 부릴 수 있을까? 회사는 대표이사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대표이사의 것이라는 한국의 현실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가장 치명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다. '오너'의 잘못된 허세와 이를 방조하게 만드는 정부의 합작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나타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언제 해소될 수 있을까? 아직 갈 길은 멀다. 행동주의 펀드들과 개미 투자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문제다. 아직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 아직은 그저 한탄일 뿐이지만, 부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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