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종교라는 단어는 영단어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이비(似而非)'라는 한자 단어다. 같을 사(似), 또 이(而), 아닐 비(非)라는 세 글자로, "겉모습으로는 유사하지만 또한 전혀 아니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보통 기존 종교를 바탕으로 교리를 비틀어서 교주 본인의 이익을 취하는 유사종교들을 지칭한다.
사이비 종교의 심리조작 방법: 터널의 원리
최근 넷플릭스의 '나는 신이다'는 그 충격적인 내용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해당 종교의 이야기보다 꽤나 놀라운 점은 신도들이 종교에 빠져드는 모습들이었다. 과연 이런 종교에 빠져들게 되는 심리에는 어떤 특징이 있던 것일까?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애리얼 메라리(Ariel Merari)는 종교에 심취하여 자살테러를 시도하는 테러리스트들을 추적 연구한 바 있다. 애리얼이 찾아낸 공통점은 바로 테러리스트들이 매우 '이상적이고 순수한 경향'이 강했다는 것이다. 사회적인 엘리트 계층이라 하더라도, 좌절감과 소외감을 느끼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나 정체성에 대해 위협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 상태에서 '터널(Tunnel)'이라고 비유한 과정을 통해 심리 조작이 진행된다고 한다. 애리얼이 이야기하는 터널은 우리가 도로에서 마주칠 수 있는 가늘고 긴 통로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은 제한되고, 한쪽으로 시야가 집중된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터널을 따라가면서 한쪽 방향으로 시각이 왜곡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터널의 설계가 치밀하고 촘촘할수록, 더욱 위력적이다.
터널의 작동 방식
터널이라는 심리 조작 수단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소규모 그룹'이 동원된다. 소규모의 그룹으로 반복되는 생활을 통해 감정의 발산을 제한하고 교육한다. 친구 또는 선배라는 모습으로 새로운 것을 알거나, 의심하는 상황에서 항상 같은 방향의 답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이 계속되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테러를 진행해야 하는 순간이 될 때에는 테러리스트가 후회하지 못하도록 '터널'을 형성한 공동체가 합심하여 그를 '영웅'으로 추대하는 작업을 한다. 위대한 업적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행위라며 추켜세우면서 사실상 공동체가 함께 그를 죽이는 셈이다.
터널이라는 방식은 이처럼 외부자극을 제한하고 사람을 이끌면서 한 가지의 목표만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해 의심하지 못하도록 여러 사람이 동원되어 끊임없이 격려한다.
이 터널의 작동방식은 여러 사이비 종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런 방식은 판단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될까? 의외로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도 작은 형태의 터널들이 수 없이 존재한다.
한 회사에서 승진을 위해 목숨을 바치며 일하게 되는 것도 '터널'이 작동한 형태라 볼 수 있고, 학생이 대학교 입학만을 위해 공부하는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이렇게 일하고 공부하는 이유가 자신의 목표 때문이 아니라, 윗 사람으로부터의 인정이나 부모로부터의 인정을 위해서만 공부하는 경우들이 이에 해당한다 볼 수 있다. 소위 말하는 'ㅈ소기업'도 이러한 '터널'이 영향을 주는 경우라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런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터널에서 빠져나오려면? 이 또한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터널이 향하는 곳은 결국 세뇌된 지점이다. 어떤 사람이 이런 터널에 놓여있다는 것을 알고 그를 터널에서 꺼내면 바로 해방될 수 있을까?
터널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알고 탈출시켰을 때 바로 해방이 되는 경우는 한 가지 뿐이다. 바로 '덜 세뇌된 경우'다. 그래서 소규모 그룹에 갇힌 상황에서 끄집어내고, 다양한 생활 자극을 마주하게 한다면 별문제 없이 '정상'이 된다.
하지만 터널의 상황에 오래 있었을 경우엔 다르다. 같은 집단 속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며 자신의 생활 양식과 가치들이 변화했기 때문에 강제로 탈출만을 시킨다면 오히려 자기 생활에 대한 '박탈감'을 느끼며 더욱 원래 집단 속으로 도망치고자 한다.
'터널'의 방식으로 세뇌가 진행될 때, 소규모 집단에서 오랜 시간 생활을 하다보면 그 집단이 곧 자신의 삶이 되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세뇌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탈세뇌라는 '디프로그래밍'을 진행하는 것도 동시에, 이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번 사이비 종교에 관한 다큐 등을 보면서 '내가 설마 저런데 빠질까?'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삶 속에서 특정한 가치만을 바라보고 사는 '터널'의 형태로 살아간다면 이러한 위험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결국 내가 그런 상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일상 생활로 눈을 돌려야 한다.
주식에도 꽤나 중요한 격언이 있다.
종목과 사랑에 빠지지 말아라
우리는 우리가 투자하는 종목에 대해 처음에는 분석을 하지만, 곧잘 사랑에 빠지곤 한다. 그래서 종목게시판을 들락거리면서 좋은 이야기만 골라서 듣고, 뉴스에서도 호재들만 골라서 계속 수집을 한다. 상대적으로 악재들을 걸러버리는 실수를 저지른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우리 스스로를 터널에 가두어 세뇌시키는 것은 아닐까? 종목게시판에는 해당 종목교의 신자라며 글을 쓰는 찬티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인간의 심리는 유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공부하고 준비하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