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드디어 K-pop의 인기가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최근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주가가 상당히 높아졌다. 마치 한국 엔터가 이제야 제대로 가치평가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오징어게임, 수리남 등 넷플릭스로 히트를 치면서 엄청난 펌핑이 올 것만 같았던 한국 영화는 어떨까? 이번에도 범죄도시 3편 정도만 흥행을 하지 않을까 싶다.
변화한 한국영화 시장 - 거리두기, OTT, 티켓값 상승
코로나 이후로 한국 영화시장은 변화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한국 극장이 ‘놀이터’로서의 기능을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의 여가를 보내는 놀이터였던 극장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약 2년가량 정지됐다. 그리고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의 극장운영사들은 극장공간의 손실비용은 티켓 값에 전이시켰다. 극장 운영업체의 이러한 전략도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OTT가 그 기간 동안 엄청나게 성장했다는 변수가 있었을 뿐이다.
현재 OTT업체들의 경우 통폐합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월 구독료는 아직까진 2만 원을 넘지 않고 있다. 이와 비교되는 극장 티켓가격은 현재 평일 기준 12000원 전후. 주말이 되면 조금 더 비싸진다. 최근 극장 티켓가격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이 OTT구독료가 저렴하게 느껴지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는 셈.
2022년부터 점차 극장 이용객은 늘어났지만, 비싸진 티켓과 그동안 OTT 서비스를 통해 여러 작품을 본 사람들은 '괜찮은 작품'이 아니면 보러 가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그만큼 '고민하고' 영화를 보러 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영화스코어를 지켜보면 재미있는 점들이 보인다.
외국 영화, 그 중에서도 애니메이션이 흥한다?
2023년부터 한국 박스오피스에 '특이점'이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애니메이션류가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한국 박스오피스 스코어 바로가기 - KOBIS 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
2023년 내용을 보면 '스즈메의 문단속', '슬램덩크', '슈퍼마리오'와 같은 애니메이션류가 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은 ’ 어린이’ 또는 ‘마니아층’을 노리는 작품으로 간주되어, 5월로 개봉이 맞춰져 있거나 개봉관 수가 매우 적었던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너의 이름은' 등으로 한국에서 꽤나 인지도를 쌓아 올린 신카이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은 2023년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2023년 흥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슬램덩크'역시 5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2위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애니메이션이 흥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영화와 다른 애니메이션의 강점이 몇 가지가 있다.
탁월한 시각적 효과(Visual Effect)
아무래도 애니메이션 자체가 그래픽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각적 효과가 월등히 좋다. 일반 실사에 얹는 3D그래픽이 자연스러워 보이기 쉽지 않지만, 애니메이션의 경우 기본적으로 이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그래서 일반 영상으로 촬영하기 어려운 영상미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보다 시각적 효과가 영화보다 좋다고 표현할 수 있다.
스토리의 완성도
스토리의 완성도라고 표현하기가 좀 어렵지만, 분명 감독의 의지대로 작품 내의 캐릭터들이 움직이기 때문에 스토리의 완성도가 좋은 편이다. 배우에 의한 스토리 붕괴, 예를 들어 연기력 논란 등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표현해 볼 수 있겠다.
팬들의 반복관람
사실 영화와 다른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반복관람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스즈메의 문단속)을 제외하고서는, 대부분 오랜 시간 만화나 게임으로 구축된 세계관을 영상으로 풀어낸 것이기 때문에 팬층이 아주 두텁다. 그러다 보니 이 팬들의 반복관람이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마블 코믹스를 배경으로 하는 시네마틱 시리즈 역시 이와 비슷한 점을 보였다.
세계관에 몰입하는 팬에 집중하는 추세
지난 10년간 가장 히트한 영화들을 꼽아본다면, 단연 마블 시리즈가 나온다. 사실상 시네마틱 유니버스 전 시리즈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영화판에서는 기존에 탄탄한 세계관을 갖추고 있는, 그 세계관에 집중하는 팬들이 많은 작품만을 제작하고 있다. 90년대 할리우드이 빠져들었던 '시리즈 물' 제작의 늪처럼 말이다. 한국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범죄도시의 늪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다.
OTT의 성장으로 드라마의 퀄리티가 높아지면서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 기대를 만족하기 위해서는 보통의 영화로는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이 와중에 애니메이션의 경우 소수의 매니아라고 생각했던 팬들을 극장으로 불러내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흥행의 장르로 나서고 있다. 전체관객 수는 적을지라도, 이들이 반복관람을 하며 누적 관객수를 늘린다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 관객들은 비싼 티켓 가격에 취향이 까다로워졌지만, 애니메이션 팬들은 이 기회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소위 '덕후'라고 불리는 마니아층이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아마도 애니메이션 극장판의 개봉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각종 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하고 있는 회사들의 좋은 투자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국내의 영화제작 관련 회사보다, 애니메이션 수입/배급사가 더 빠르게 성장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대원미디어가 슈퍼마리오의 흥행과 관련한 주식으로 주목받으며 잠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대원미디어의 경우 단순히 슈퍼마리오가 아니라 이와 같은 애니메이션 흥행과 관련한 영화산업의 재편이라는 구도에서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