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이 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전형적인 '회귀물'인 '상남자'라는 작품이다. 김태궁 작가의 동명 웹소설을 도가도 작가와 하늘소 작가가 각색하여 연재 중인 작품이다.
이미 웹소설로는 약 800화 분량으로 완결이 났지만, 웹툰으로는 현재 160화 가량이 진행되었다. 웹소설과 웹툰 간의 대략적인 비중을 따져보았을 때 앞으로 약 120-150화를 더 연재하며 완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웹툰 상남자 대강의 내용: 성공했지만 혼자 남은 자가 과거를 바꾼다.
1화에서부터 빠르게 사건이 전개되는 웹툰 상남자는 대기업인 '한성'의 사장자리에 오르게 되는 한유현이라는 인물로 시작한다. 그는 일반 평사원으로 시작하여 승승장구하며 사장에 오르지만, 그동안 수많은 동료들을 잃고 혼자가 되어 있는 상황. 이때 우연한 계기로 신입사원이 되던 날로 회귀하며 과거를 다시 살아보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는 이미 사장의 자리에 올랐지만 곁에 동료도 없이 혼자였다. 그래서 2회 차 인생에서는 가족과 친구, 동료들을 챙기는 따뜻한 리더로 성장한다는, 어찌 보면 뻔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 성장의 과정이 2000년대 초반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꽤나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다.
특히나 이와 비슷하게 인기를 끌었던 '재벌집 막내아들'과는 달리 일반 회사원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조금 더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것 같다. '내가 신입사원일 때도 이럴 수 있었다면'이란 생각이 들게 하는 판타지 물인 셈.
웹툰 상남자를 주목할만한 이유 - 2000년대 초반 LG 디스플레이 의사결정과정을 복기
웹툰을 시간 죽이기용으로 본다면 왠지 모양이 빠진다. 그렇지만 이 웹툰을 통해 뭔가 배울 수 있다고 포장해 본다면 이 웹툰을 보아야 하는 꽤나 괜찮은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상남자'의 첫 시작 부분은 2000년대 중반 스마트폰이 막 탄생하기 직전인 시점이다. 모두가 피쳐폰이라는 통신사와 함께 제작한 핸드폰만 쓰던 시대에 블랙베리나 PDA류의 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완전히 시대는 변하고 말았다.
상남자의 주인공인 한유현이 입사한 부서는 디스플레이 제작을 담당하던 부서다. 이 부서가 담당하는 디스플레이는 차량 내비게이션용 디스플레이, PDA용 디스플레이 등이었다. 2023년인 오늘날 돌아보면 한 마디로 곧 '무덤'을 맞이하게 되는 부서였던 셈.
전생에서는 이 상황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사내 정치를 통해 부서가 와해될 때 빠져나가서 생존하였다. 그러나 이번엔 자신의 첫 동료들과 함께 가겠다는 마음으로 돈 안 되는 사업분야를 '악역들에게 던져서' 없애버린다. 그리고 그 동료들과 함께 전생에 가장 큰 본인의 업적이었던 '레티나 디스플레이(Retina Display)'를 다시 만들어나간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기업이 어딘가? 당연히 LG 디스플레이다. 웹툰 상에서는 '한성'이라고 표기되지만, 레티나가 만들어지는 과정 상의 LG의 의사결정과정을 비교적 리얼하게 살펴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웹소설 원작자인 김태궁 씨의 경우 실제 LG 디스플레이 대형사업부 책임을 담당하고 있는 현업자기 때문이다.
중간에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한 설명도 간략하게 등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면 그 핑계로라도 읽어볼 만하다.
회귀물의 재미: 에어비앤비 투자 복기 (1만 달러에 지분 10%? 실제로는 2만 달러에 6%)
회귀물의 재미라고 하자면 과거를 살펴보는 데 있다. 특히 '저기 투자했으면 어땠을까?' 같은 막연한 상상을 웹툰 주인공이 대신이나마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남자'의 주인공인 한유현은 2008년 무렵 미국 콘퍼런스 출장을 가게 된다. 하지만 정해진 숙소에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때마침 길바닥에서 숙박객을 구하고 있는 호스트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들의 집에서 우연히 1박을 하게 된다. 소위 말하는 민박이다.
그리고 주인공 일행을 재워주는 동안, 이 숙박사업에 대한 고민을 하는 호스트들의 이야기를 엿듣게 된다. 주인공은 이들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주면서, 이들에게 투자까지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이 투자로 주인공인 한유현은 해당 회사 지분의 10%를 받게 된다.
이 회사는 당연히 '에어비앤비(Airbnb)'다. 200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이디어로 시작한 에어비앤비는 2008년 공식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2020년 12월 나스닥에 상장하며 시총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웹툰 상의 지분이 희석되지 않았다면, 2020년 무렵 10조에 달하는 돈을 만지게 된 셈. 2023년 현재 시점에는 시총 약 780억 달러로 지분 10%의 가치는 약 8~9조 원 정도 된다.
에어비앤비는 브라이언 체스키,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조 게비아 등 세 사람이 2008년 설립한 공유숙박 서비스다. 에어비앤비란 이름은 영국에서 간단한 숙박업소를 일컫는 말인 B&B(Bed and Breakfast: 침대와 아침식사)를 차용했다. 그냥 침대가 아닌 '간이침대(에어베드)와 아침식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즉,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집에 남는 공간에 침대를 깔고 숙박업소처럼 빌려준다는 아이디어였던 것.
이 아이디어는 우버, 위워크 등과 마찬가지로 공유경제라는 개념을 현실화시켰다. 지금은 에어비앤비 이용에 대해 거부감이 줄어들었지만, 초창기만 하더라도 주인과 고객이 서로 믿지 못하는 문제가 많았다. 게다가 일반 숙박업자들과의 갈등이나 각 정부와의 갈등도 매우 컸던 편.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멈췄을 때 엄청난 손실을 맞이하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전 파산한 위워크와는 달리 다양한 방면으로 사세를 확장하면서 지금은 나름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상남자 웹툰에서는 극 중 주인공인 한유현이 투자를 해준다고만 나와있다. 그러나 실제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실 '미쳤다'싶을 정도의 기행들이 많았다.
특히 투자를 받기 전, 회사 문을 닫아야 될 상황이 되자 세 명의 창업자는 대통령 후보를 인쇄한 시리얼을 판매해서 3만 달러를 벌고 연명한다. 이 일화를 듣고 전문 기술 투자사인 Y컴비네이터의 공동창업자인 폴 그래엄은 '이 바퀴벌레 같은 새끼들은 뭘 해도 먹고살겠다' 싶어서 초기투자를 진행한다. Y컴비네이터는 이 당시 2만 달러를 투자하고 6%의 지분을 받아갔다. 웹툰보다 더 박한 조건이지만, 그래도 2천만 원 정도의 돈이 6조가 된 신화를 만들었다.
상남자를 비롯한 요즘 웹툰들은 가까운 과거의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단순히 과거를 생각하게 되는 것 말고도, 과거의 의사결정과정을 엿보며 현재 투자의 아이디어를 얻어볼 수도 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서 웹툰을 읽어봐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나는 과연 에어비앤비를 찾아낼 수 있을까? 그리고 저런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역시나 머나먼 길이다.
'상남자'와 비슷한 회귀물 '재벌집 막내아들'과 관련된 투자 이야기
2001년 9월 11일 911 테러 당시의 기록 - 재벌집 막내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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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아들의 배경이 되는 닷컴투자열풍 - 새롬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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