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결국 다음과 분사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다음은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다음과 카카오의 역사를 잠시 짚어봅니다.
카카오, 다음과 11년 만의 분사
카카오는 지난 2014년 다음을 인수합병하며 한 몸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카카오톡의 엄청난 인기로 인해 카카오는 순식간에 성장하면서, 당시 '공룡'이라 불렸던 다음을 인수하며 주식시장에 우회상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다음의 파워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다음카카오' 라는 이름으로 합병하였지만, 이후 다음이라는 이름이 없어지면서 카카오로 재편되었습니다.
카카오는 다음을 인수한 이후, 다음의 서비스들을 대대적으로 카카오 플랫폼으로 이적시켰고 사실상 다음의 서비스들은 거의 다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카카오는 2025년 12월 1일 자로 다음을 자회사 AXZ로 분리독립시킬 예정입니다.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역사
이제는 카카오의 이름으로 대부분 바뀌어 있어서 잘 모르지만, 다음은 1995년 등장한 한국 인터넷 1세대 포털 서비스입니다. 쏘카의 대표인 이재웅과 벤처투자자로 전향한 이택경 등이 함께 창업한 회사입니다. 현재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와 과거의 PC 통신이 혼재하던 당시, 정보 큐레이션을 통해 조금씩 자리를 잡던 중 1997년 메일 서비스를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한메일은 이메일이 생소하던 시절, 무료 이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몇 안 되는 사이트였기 때문에 인터넷 교육의 첫 관문으로 한메일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메일 서비스가 대박을 내고, 그 뒤로 사람들이 모여서 활동할 수 있는 카페를 만들면서 다음은 포털사이트로 자리를 잡으며 성장하였습니다.
사실상 다음은 한국 내에서 압도적인 사용자수 1위의 사이트였지만, 2000년대 초 '온라인 우표제' 때문에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웹사이트에서의 광고는 가장 중요한 광고수단이고, 이제는 상당히 높은 단가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쇼핑이 발달하기도 했고, 사용자의 데이터를 통해 정밀광고가 가능하다는 게 일반화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에는 사용자의 수가 많아지는 만큼 운영비만 더 늘어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익'이라는 단어를 쓰기가 어려웠죠.
이때 다음은 대량 메일을 발송하기 위해서는 돈을 내라는 '온라인 우표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합니다. 사실 이 당시 온라인 우표제도 개인에게 과금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과금하는 것이었고 '스팸메일'을 줄이겠다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유료화'라는 단어에 대한 반응은 다음에서의 이탈로 연결되었습니다.
당시 2-3위에 그치던 네이버가 이러한 효과를 제대로 보면서 대한민국 1위 포털사이트로 자리잡게 됩니다. 이메일뿐만 아니라, 다음 카페가 선점하던 모임분야까지 '카페'라는 이름을 그대로 가져가게 되었죠. 이후 다음은 계속 2인자로서 암흑의 시기를 걷게 됩니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암흑의 시기로 평가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다음에서 일하던 직원들에게는 가장 행복했던 시기가 펼쳐집니다. 다음의 사용자 수는 감소했지만, 쇼핑이나 포털 서비스 자체로 수익이 안정되기 시작하자 2010년대에 제주도로 본사를 옮기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했죠. 당시 다음의 분위기는 퇴근하고 자연을 즐기는 등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굉장히 이상적인 회사 생활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다음의 분위기가 '나이브'하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경영진의 고민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다음의 웹툰이나 블로그 서비스 등은 분명 다음 초창기의 서비스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괜찮은 취향'이 모인 마니아 적인 부분이 강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로 빼앗긴 점유율을 회복할 수는 없었다는 한계가 있었죠. 그리고 이 시기에 '카카오'가 급성장을 합니다.
카카오의 성장과 다음 인수합병
2008년 한국에는 아이폰3gs가 들어오며 '통신장벽'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각 통신사들이 구축한 포털만을 이용하도록 하려했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일반적인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그 때까지의 통신망은 현재의 인터넷과 분리된 사실상 '전화와 문자', 그리고 통신사의 서비스만 이용 가능한 폐쇄적인 네트워크였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앱만 설치하면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되자, 가장 먼저 공격받기 시작한 것은 한 건에 30원씩 내고 있던 문자서비스(SMS)였습니다. 통신사도 '메신저 형태'의 서비스가 있었지만, 하루 30건 무료 등으로 제한되어 있거나 돈을 추가적으로 내야만 했죠.
이때 카카오톡이 등장합니다. 친구에게 보내던 문자가 대화처럼 보이게 되어, 이야기 맥락이 계속 연결되는데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기록을 남겨야 하는 중요한 내용은 문자로 보내지만, 대부분의 일상대화가 카카오톡으로 넘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전 국민이 카카오톡에 가입을 하기 시작하였고, 통신사의 이익은 급감하게 됩니다. 카카오톡은 게임과 같은 서비스들을 하나씩 추가하면서 과거 '한메일'이 성장하던 때처럼 폭발적으로 성장을 합니다. 그리고 주식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방법을 찾던 중 제주도로 내려가서 '나이브한' 생활을 하던 다음을 보게 됩니다.
2014년 카카오는 다음을 인수합병하기로 하고, 다음카카오로 첫 시작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기세를 몰아 2015년 카카오뱅크와 같은 굵직한 사업진출을 연쇄적으로 성공시키면서 '카카오의 시대'를 열게 됩니다.
이제 이 다음은?
두 기업이 합병한 지 11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회사명에서 '다음'은 사라졌고, 다음이 운영하던 서비스들은 대부분 카카오 내부로 통폐합되었습니다.
다음이 시작하여 자리를 잡게 되었던 웹툰서비스는 이제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로 통합되었습니다. 다음 쇼핑 역시 카카오쇼핑으로 통합되었구요. 기다리며 입장하던 티스토리 블로그도 이상한 통폐합을 하면서 카카오의 광고판으로 변하였습니다.
카카오는 약 11년 동안 상장의 목표도 달성하였고, 다음이 가지고 있던 특성과 콘텐츠, 서비스 스트럭쳐를 모두 챙겼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음이 다시 '방출'되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의 다음 방향은 무엇일까요? 초창기의 정체성들이 얼마나 남아있을지가 가장 큰 관건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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