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이 자신의 이니셜로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에스엠(SM)이 최근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M&A와 관련한 지분싸움이 나타나기 때문에 주가가 단기간에 튄다. 이번 에스엠 경영권 분쟁의 포인트를 몇 가지 살펴본다.
이수만 측의 문제
사실 에스엠 경영권 분쟁에 있어서 가장 근본이 되는 부분은 바로 이수만의 존재다. 그는 에스엠 산하에 본인 지분 100% 회사인 '라이크기획'을 설립하고 회사 매출액을 정산하였다.
한 마디로, 에스엠이 벌어들인 돈이 이수만의 지갑으로 직행했다는 것이다. 거기다 이수만과 에스엠의 계약종료 이후에도 라이크기획으로 70년 간 음원 수익을 챙겨가는 계약이 있었기 때문에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수만이 이 정도로 돈을 많이 가져가면, 당연히 회사에 문제가 생길만도 한데 왜 이걸 용인했을까?
사실 이수만이 현재 돈을 가져가는 문제는 회사의 재무에 관한 사항이지만, 그의 아이디어 제시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 한국에 새롭게 제시된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들은 대부분 이수만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 내에서도 '이게 돼?' 라고 질문하다가, '이게 되네'라는 반응들을 보였기 때문에 이수만의 프로듀싱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2021년 여자친구라고 알려진 모씨에게 집을 증여하기도 하는 등의 행보가 이어지면서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에 대해 회사 내부에서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에스엠의 문제
현재 에스엠은 YG엔터나 JYP엔터에 비하여 가장 '시스테믹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라고 알려져 있다. YG의 경우에는 아티스트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하고 있고, JYP는 프로듀서에게 권한이 많은 반면, 에스엠은 회사 시스템을 통해 아티스트를 만들어낸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타 엔터사에서 가수가 '하기싫다'면 접어버리는 것과 달리, 에스엠에서는 '만들어낸다'는 차이점이 나온다. 그래서 소속 아티스트들을 통해 최소한의 매출이 보장되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스엠은 '회사로서' 매력이 있는 곳이다. 타 엔터사가 소속 아티스트들의 사고나 비행으로 인해 타격을 받는 것과는 달리, '스타'라는 상품을 만드는 제조사로서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 파트너스'는 이 회사에 있어서 가장 문제가 되는 '이수만 프로듀서'를 퇴출시키고, 이사진을 변경하면 회사의 밸류를 훨씬 높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 보고 행동에 옮긴 것이다.
에스엠의 현재 이사진은 대부분 이수만과 초기부터 함께한 멤버들(친족을 포함하여)이기 때문에 이수만 프로듀서를 직접 퇴출시킬 수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얼라인 파트너스의 행동 이후부터 이수만과의 결별을 준비하고, 엔터제작사로서의 입지를 높이고 싶어 하는 카카오 측에 지분을 제공하였다.
물론 여기서 카카오에게 지분을 제공한 방식은 '제3자 대상 유상신주'와 '전화사채권'이었다. 즉, 카카오의 돈을 받고 주식을 새로 지급한 셈. 이수만 프로듀서가 가지고 있는 18.5%의 에스엠 지분이 여기서 폭탄으로 변화해 버린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카카오 지분제공 방식에 대해 가처분신청을 진행하는 한편, 자신의 지분을 하이브에게 넘기고 말았다.
하이브의 문제
2022년 내내 방탄소년단의 군대문제로 시끄러웠던 하이브는 이미 코로나 당시부터 BTS의 군문제 대응을 위한 TFT를 가동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의 방식이 할리우드에서 영상물을 제작하여 BTS가 군생활을 하는 동안 영화, 콘서트 등의 영상으로 수익을 이어가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절실한 것은 바로 BTS의 후속타.
그나마 현재 '뉴진스'의 인기가 있어서 한숨을 돌리고 있지만,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아티스트들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 상태에서 하이브는 이수만의 문제가 나오고 있는 에스엠을 인수하기 위해 오랜 시간 타진해 왔다. 하지만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의지가 있어서 인수가 이어지진 못했다.
하지만 얼라인 파트너스의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에스엠 기존 이사진들이 카카오에 신주배정을 하는 바람에 이수만의 지분을 받을 수 있었던 기회가 생기고 말았다. 어쩌면 뉴진스를 기획한 민희진이 에스엠과 하이브의 동맹을 이어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자신의 에스엠 지분 18.5% 중에서 14.8%에 해당하는 주식을 하이브에 넘겼고, 하이브는 에스엠을 인수합병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시작하였다. 공개 매수 가는 주당 12만 원.
매수 목표량은 595만 주이지만, 현재 352만 주를 이수만에게 매입했으므로 최종 매집량은 947만 주(39.8%)다. 약 600만 주를 매입하는 데 사용될 현금은 7140억 원이다.
향후 에스엠은 카카오와 하이브 간의 싸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에게는 제작사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수준의 지분배정만 약속된다면 하이브와의 장기적인 동맹으로 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단숨에 최대주주로 올라선 하이브가 제시하는 공개매수가 12만 원은 3년 이상 장기간 주식을 들고 있는 소액주주들에겐 매력적인 조건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를 제기했던 얼라인 파트너스의 목소리에 힘이 많이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에스엠의 가까운 미래에 펼쳐질 것은 역시나 현재 이사진의 대규모 물갈이. 카카오도 굳이 7,000억을 추가로 들이며 하이브와 싸울 이유도 없고, 현재 배정이 예정된 지분만 지켜준다는 조건만 있다면야 에스엠-하이브-카카오의 도원결의가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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