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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와 관련된 곁다리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 1000만 이용자 확보? 글쎄...

by 중계붕어 2023.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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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집콕시기에 엄청난 성장을 보였던 OTT시장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OTT인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통합을 통해 월간 활성이용자(MAU: Monthly Active User) 천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한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사실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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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TVING)과 웨이브(WAVVE)가 합병한 이유? 쿠팡 플레이의 성장

CJ와 SK는 각각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정확하게는 CJ ENM에서 분리운영되고 있는 티빙과 SK와 지상파 방송사들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웨이브다.

 

이 두 회사가 합병하기로 결정한 배경으로는 넷플릭스 보다는 최근 성장한 쿠팡 플레이의 규모 때문이라는 말이 많다. 넷플릭스의 사용자 수는 1137만 명으로 사실상 넘을 수 없는 위치에 이르고 있지만, 쿠팡이 제공하고 있는 쿠팡플레이는 527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 상태에서 티빙의 이용자 510만 명과 웨이브 이용자 423만 명이 합병되면, 쿠팡플레이를 제치고 넷플릭스 사용자와 비등한 결과인 약 900만 명을 확보하게 될 것이란 이야기다.

 

현재 티빙의 최대주주는 48.9%의 CJ ENM이고, 웨이브의 최대주주는 40.5%의 SK스퀘어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면 CJ ENM이 합병법인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고, SK스퀘어가 2대 주주로 오를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따르는 지분조정과 각 회사 주주들의 참여여부도 계속 논의될 예정이다. 네이버, SLL중앙, KT스튜디오지니, KBS, SBS, MBC 등의 주주들이 각각 티빙과 웨이브의 주요 주주들인 상황.

 

이 소식만 본다면 1000만명의 사용자의 플랫폼이 탄생하는 대규모 합병이 이루어질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거 맞는 말일까?  

OTT서비스 업체들의 한계: '회비'로는 돈이 안된다.

지난 '왓챠(Watcha)' 매각 불발설에 대해서 다루면서도 이야기했지만, 티빙과 웨이브는 현재 연간 영업적자 1000억 대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적자의 원인은 바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다.

 

OTT 업체들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돈을 쏟아붓는 이유는 결국 '회비'로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OTT 업체는 월 구독료를 받고, 이 구독료를 이용하여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고 송출하는 데에서 이익을 낸다. 사용자에게 받은 구독료에서 제작사에게 저작권료를 주고 남은 부분이 '순이익'인 것이다.

 

그런데 이 순이익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사이트 관리를 위한 트래픽 비용, 서버 유지비 등을 모두 제하기 시작하면 남는 비용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한다. 일반 TV채널과 달리 OTT 업체로 직접 유입되는 '중간 광고'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수의 OTT 업체가 있는 경우에는 인기 있는 콘텐츠 쪽이 갑이 된다. 유튜브에서도 수많은 콘텐츠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OTT로 사용자를 유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티빙과 웨이브가 합쳐서 천만 사용자가 된다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지금 뉴스기사들이 두 회사의 합병을 이런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아마 합병의 방향과 목표를 보아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티빙 500만 회원과, 웨이브 400만 회원이 실제로 합병된다면 아마 전체 사용자 중에서 3-400만 명 정도는 중복이거나 통신사나 멤버쉽 등을 통해 '공짜 수준'의 회원가입을 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래서 이 두 플랫폼이 합쳐지면 실질적으로 600만 명 수준의 사용자가 집계되지 않을까 싶다.

 

보도에 따르면 합병법인의 목표는 천만 사용자를 인질로 삼고 '콘텐츠 제작사'들에게 협상력 우위를 점하는 것이라 한다. 우선 전체 사용자 수가 천만명이 되기가 어려운데다가,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 제작사들의 전 세계 송출이 가능한 시대라는 것을 잊어버린 지적같이 들린다.

 

합병한 OTT가 '토종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제작사들에게 협상력 우위를 점할 수준이라면 관련된 콘텐츠는 순수 한국용 콘텐츠일 가능성이 높다. 아무래도 지상파 방송의 일일 드라마나 스포츠 중계 같은 경우에 가까울 것이다. 이런 콘텐츠로 신규 사용자가 유입될 가능성도 물론 있지만, 해당 콘텐츠의 주 소비층은 이미 가정 내 TV로 시청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싸움의 본질을 보자 - 통합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

OTT 업체들이 오리지널 콘텐츠에 힘을 쏟는 이유는 프로그램 제작 자체로 이득을 보고, 구독자를 계속해서 끌어들여서 사용자들을 묶어놓기 위한 것이다. 프로그램으로 이득을 본다는 것은 자체제작 콘텐츠이므로 저작권료 지급이 세이브되고, 이를 보기 위해 유입되는 신규 사용자가 순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콘텐츠에 대한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사실이다. 보든 안보든 100개를 만들어내야 하고, 이 중에서 입소문이 나는 1-2개가 터진다면 나머지 콘텐츠는 덤으로라도 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OTT 업체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결국 영화, 드라마, 예능이다. 그 중에서 점차 제작비가 가장 적게 들어가는 예능에 더욱 힘을 쓰고 있다. 특히나 출연료가 적은 '일반인'이나 '유튜버'들이 출연하는 예능으로 이끌어간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로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들이 옮겨가는 게 괜한 일이 아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다른 업체들을 보자. 넷플릭스는 전 세계 구독자를 대상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래서 시리즈 제작에 대한 부담이 적은 편이다. 디즈니 플러스의 경우에는 디즈니, 마블, 스타워즈 심슨 등 전 세계 마니아가 많기로 손꼽히는 IP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애플과 아마존 프라임의 경우에는 본업에서 얼마든지 돈을 가져올 수 있다.

 

심지어 쿠팡플레이만 하더라도, 쿠팡은 쇼핑몰 본업의 역할이 오히려 더 안정되고 있는 상황. 그런데 단순히 콘텐츠 제작을 위한 자본조달에 문제가 없다는 게 핵심이 아니다. 티빙과 웨이브 역시 한국의 쟁쟁한 대기업들이 붙어있지만, 너무 많이 붙어있다는 게 오히려 문제다.

 

티빙에 참여하고 있는 CJ ENM과 네이버, SLL중앙, KT스튜디오지니, 그리고 웨이브에 참여하고 있는 SK스퀘어와 지상파 방송3사의 경우, 이 통합이 각자 자신의 사업분야 '일부'에 해당한다. 누구 하나가 총대를 메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 이번 통합이 이루어지면 오히려 선장이 8명이나 되는 배가 나오는 건 아닐까 모르겠다.

 

결국 OTT 사업의 본질은 재미있는 콘텐츠로 사람들을 가입시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방식의 합병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오히려 넷플릭스로의 집중이 더 세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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