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메타에 합병된 왓츠앱(Whatsapp)은 한때 전 세계적인 메신저가 될 뻔했지만, 지금은 외국 사기꾼들의 집합소가 되어 있다. 최근 한국인 번호를 대상으로, 돈을 벌어보라는 제안을 하는 스캠을 하고 있다. 혹시 연락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8만 원을 벌 수 있는 기회니 잘 활용하길 바란다.
텔레그램이나 왓츠앱 등 해외 메신저를 통해 하루에도 수십 번 스캠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다. 관련 내용을 검색해 보았을 때, 한국어로 된 내용이 없어서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미리 대처하여 8만 원을 챙겨가기 바란다. 물론 잘만 하면 더 챙길 수도 있다.
스캠의 시작 - 돈 벌 생각 있니?

스캠의 시작은 이렇게 '찔러보기'로 시작한다. '짧은 시간에 20만 원 정도 벌 수 있는데 생각 있어?' 라며 연락을 한다.
이런 스캠이 궁금했던 차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호응해보려고 여기에 응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자신들의 업무가 어떤 식이다'라는 설명을 한 뒤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몇 번 반응을 하면 매니저에게 너의 연락처를 넘기겠다고 한다. 그러면 1-2일 내로 다른 사람이 연락 온다. 외국 글에 검색을 하면 나오는 라이언이란 친구다.

영국번호로 연락이 오고, 당연히 사진이나 번호는 가짜일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은 10-15분 정도면 된다면서 집요하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한다.
나는 여기에 호응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고민하는 척 하면서 계속 답을 해주었다. 혹시나 내 개인정보를 털어가려는 건가 싶어서 계속 경계하며 보고 있긴 했지만, 딱히 그런 걸 물어보진 않았다. (사기꾼들은 사람이 참 좋은 편이다.)
설명의 내용이 후지지만 다음과 같이 설계해두었다.
1. 우리는 글로벌 회사고, 애플리케이션을 분석해 주는 회사(Star tree)의 업무를 대행해 주고 돈을 지급받는다.
2. 약 하루 1-2시간 정도 업무를 하면 돈을 지급받게 된다. 급여는 10일에 한 번씩 지급된다.
3.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5일 연속 근무를 하면 인센티브(100만 원가량)를 받고 15일을 하면 200만 원, 30일을 하면 500만 원 정도를 받는다.
4. (중요 포인트) 급여는 전 세계적인 회사기 때문에 USDT 코인으로 지급한다.
- 나는 여기서 왜 현금이 아닌 USDT로 제공하냐고 물어보자, 환율에 따른 불만이 있기 때문에 코인으로 즉시 지급한다고 말한다.
위와 같은 내용을 계속 반복 설명을 해주고서는 참여하겠냐고 계속 물어본다. 그리고 나는 참여하겠다고 하자, Startree.buzz라는 사이트를 알려준다. (이 사이트의 주소를 검색해 보면 2024년 6월 13일에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페이지다.)
사기꾼들이 알려주는 사이트는 아래와 같은 화면이 뜨게 된다.

아래 Register를 누르면, 10분도 걸리지 않고 사이트 가입이 완료된다. 자기의 추천인 코드(Referral Code)를 입력하라고 한다. 여기서 나는 일반적인 '다단계'라는 의심을 했다.

제이슨 스타뎀처럼 생긴 빡빡이 아저씨 얼굴이 제일 많이 보이는데, 이런 형태의 그럴싸한 사이트가 열린다.
그리고 내 계정에는 20 USDT가 환영금(?)으로 들어와 있다고 쓰여 있다.
이렇게 가입을 마치고 나면 나의 친구 라이언은 코인 지갑이 있냐고 묻기 시작한다. USDT를 입금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메타마스크가 있다고 하자, 메타마스크는 TRC-20 체인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지갑을 추천해 준다.
난 이때부터 긴장하며, 혹시 개인정보를 빼가려는 것인지 조심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참고로 사이트 아이디와 비번, 출금비번도 12345 따위로 만들어서 아예 분리를 시켜둔 상태.)
나에겐 바이비트(ByBit) 계정이 있어서 확인해 보니 TRC-20을 지원하고 있었다. 이곳 지갑주소가 있다고 말하자, 사이트의 출금정보에 등록을 하면 된다고 한다. 지갑주소를 입력하자 확인됐다는 메시지가 떴다.
한국인의 특성상, 사이트 이곳저곳을 눌러보게 되는데 사실 '출금(Withdraw)', 'Starting' 같은 버튼 빼고는 허접한 정보들을 띄워줄 뿐이다. 어처구니없게도 입금(Deposit)과 CS는 같은 채팅창이 열린다.
스캠의 셋업 - 트레이닝의 시작
내가 준비가 다 되었다고 말하자, 나의 친구 라이언은 트레이닝 계정을 열어줄 테니 이걸로 업무를 배워보라고 한다.
트레이닝 계정에는 1615 USDT가 입금되어 있다. 이걸 가지고 업무를 해보라고 하는데, 업무는 정말 단순하다. 화면 아래의 Starting 이란 버튼을 누르면 열리는 다음과 같은 화면에서 가운데 Start 버튼만 누르면 된다.

그러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앱의 그림과 회사 이름이 뜨고, Cost는 얼마, Profit은 얼마라고 뜨게 된다. 진행버튼만 계속 반복해서 누르면 된다.
2-3회가량 누르면 1615 USDT였던 계좌가 1630 USDT로 늘어나고, 누를 때마다 계속해서 늘어난다. 저렇게 해서 40번을 채우면 모든 업무가 끝나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1720 USDT까지 늘어나던 중, 갑자기 업무가 중단되며 계좌가 마이너스로 바뀌어 있다. 라이언에게 상황을 이야기하자, 자신에게 스크린숏을 달라고 요청한다. 싸함을 느끼고 긴장을 풀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가 나에게 축하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여기 업무에는 '단순업무'가 있고 '복잡한 업무'가 있는데, 지금 이 사례는 복잡한 업무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40개를 다 끝내기 전에 이런 사례를 접하기 어려운데, 너는 운 좋게 접했다고 둥기둥기 해준다.
그러더니 CS에 지금 상황을 이야기해 주고, 입금주소를 받으라고 한다. 시키는 대로 하자, 해당 입금주소로 부족분을 보낼 테니 CS에 보냈다고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그가 시키는 대로 하자, 다시 Balance가 돌아왔고 업무를 계속해서 진행할 수 있었다.
40개의 업무가 다 끝나자, 1615 USDT였던 계정은 1800 USDT 정도까지 늘어났고, 내 원래의 계정은 거기에 연결이 되어서 60 USDT가 생겨나 있었다. 나는 이걸 보고 '다단계' 방식이라고 확신했다.
이제 내 계정에 있는 40개의 업무를 끝낼 차례. 똑같이 쓸데없는 클릭만 반복하니, 내 계정의 60 USDT가 69 USDT로 늘어나 있었다. 20분도 걸리지 않고 만원을 번 셈이다. 나는 이 상태에서 당연히 다음 회원을 모집해 오라거나, 그런 말을 할 줄 알았는데 지갑으로 번 돈을 출금하는 법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출금 버튼을 눌렀더니? 오잉?

진짜로 바이비트(ByBit) 지갑에 69.3 USDT가 입금되었다.

진짜로 8만 원가량이 생긴 것이다. 이 순간부터 나도 어리둥절하기 시작했다.
라이언은 수고했다면서 5일 연속으로 일하면 800 USDT가 더 생긴다고 알려준다. 그러면서 일을 더 할 거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이런 개꿀 업무를 5일만 하면 800 USDT라고? 나는 물론이지!라고 답을 했다.
그러자 라이언은 업무 40개가 다 진행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진행이 안된단다. 리셋을 하면 되는데, 리셋을 하기 위해서는 100 USDT를 입금해야 된다고 말한다. '너는 31 USDT만 더 있으면 돈을 벌 수 있으니, 이제 31 USDT를 사'라고 하면서 바이비트에서 USDT 사는 법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나는 업무가 매일 리셋되는 게 아니냐고 물어보자, 그게 아니란다. 업무를 다시 세팅하려면 리셋비용이 필요하단다. 그 이유는 회사 측에서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보증금'으로 받아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시작할 때에도, 50 USDT 이상 있어야 업무시작이 가능하다고 뜬다.
이제 확실히 감이 오기 시작한다. '돈 넣고 돈 먹기' 방식의 스캠이라는 것을.
내가 돈 넣기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자, 라이언이 자꾸 독촉하기 시작한다. "함께 큰돈을 벌어보자! 겨우 31 USDT면 여자친구랑 밥 한 끼 먹는 정도야!"
그래서 나는 라이언에게 말했다.
네가 100 USDT는 보증금이라고 말했으니
네가 100 USDT를 대신 입금해 주면 내가 돈을 벌고 나서 너에게 100 USDT를 돌려줄게!
그러자 라이언에게서 즉답이 날아왔다. "내가 그걸 왜 줘야 하는데?"
나는 계속해서 지질하게, 네가 보증금 100 USDT를 내달라고 떼를 썼다.
라이언은 장문의 메시지로 "내가 69 USDT를 벌게 해 줬는데, 날 믿지 못해? 너 사람의 말을 믿는 방법을 배우렴!" 등등의 내용을 계속해서 보냈다. 너는 충성심이 없고, 사람을 믿지 못하며 등등의 말들도 계속해서 보냈다.
"흑흑 미안해, 나는 그 정도 수준밖에 되지 못하는 놈이야 ㅠㅠㅠ 69 USDT면 나에겐 큰돈이야!"라고 답하자, 이번엔 나를 격려해 주기 시작한다. 너는 대단한 사람이고, 겨우 이 정도로 만족하면 안 된다면서. 31 USDT면 더 큰돈을 벌 수 있다고 계속 꼬셔왔다.
그리고 내가 계속 우는 소리를 하자, 이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라이언, 어서 나를 더 격려해 줘!
스캠의 구조: 태스크형 스캠
이 스타트리 스캠은 대표적인 '태스크형' 스캠이다.
시작은 단순한 업무를 하면서 돈을 번다고 착각을 하게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며 신뢰를 쌓은 뒤, 더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서 꼬시기 시작한다. 큰돈을 넣으면 더 많은 이익금(Profit)을 가져간다는 방식이다. 레벨이 높아진다거나, 업무의 양을 늘려준다는 방식이다.
여기서는 아마 두 가지 방식이 모두 섞여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무를 리셋하기 위해서는 매일 번 돈보다 '조금 더' 입금을 하게 만든다. 나의 경우에는 30 USDT였고, 아마 여기에 응했으면 그다음에는 또 50 USDT 정도 되었을 것이다.
조금씩 큰돈을 넣고 빼게 만들면서 안전하다고 착각하게 만든 다음, 욕심에 눈이 멀어 큰돈을 입금하게 될 때 연락을 두절하는 것이다.
나는 한 번으로 마무리했기 때문에 69 USDT로 마무리 지었지만, 1-2회가량 더 진행했다면 10만 원 정도까지는 돌려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시도해 볼 수는 있겠지만, 거기에 굳이 31 USDT를 쓰는 것도 추천하진 않는다.
혹시나 진짜가 아닐까?
진짜라면 나는 꽤 짭짤한 돈을 벌 기회를 잃어버렸다. 지금이라도 라이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돈을 받아달라고 해야 할 지경이다.
하지만 이게 진짜가 아닌 이유는 입금(Deposit) 섹터 때문이다.
코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입금은 주소만 있으면 진행된다는 것을 안다. 입금을 위해 CS에게 주소를 물어보는 경우는 없다. 정말로 저런 사업을 한다면, '가상계좌'와 같은 형태로 각 개인 계정으로 관리되는 주소가 별도로 존재해야 한다.
돈을 입금했는데 CS에게 확인을 받아야 한다? 글로벌 회사가 이 정도 엉망이라면 회사가 정상이 아니다.
참고로 스타트리라는 회사는 미국에 별도로 실존하는 회사고, 실제로도 앱 분석을 실행하는 회사다. 그래서 구글에 Startree를 검색하면 실제 회사와 홈페이지가 나온다. 그리고 이 회사는 자신들을 사칭하는 업무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있다.
스캠에 속지 말고, 필요한 만큼만 받고 빠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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