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4년 전,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셧다운이 확정되면서 3월 13일과 19일 주식시장에서는 두 차례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2024년 8월 5일 코스피, 코스닥의 서킷브레이크가 다시금 발동되었다.
서킷브레이커의 의미 - 과매수/과매도 상태를 진정시키고자 하는 강제 매매 중단
주식 시장에는 불현듯 쇼크가 찾아온다. 현물시장과 선물시장(파생시장)에 걸쳐 여러 매매 주체들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개미떼처럼 모두가 섞여 있다가 어느 순간 불안한 시그널이 엄습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몸을 피하기 시작한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조건에 따른 자동 매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갑자기 모든 시그널이 '팔자'로 전환되어 버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A지수가 떨어지면 시장가 매도 주문을 낸다'는 식의 프로그램이 되어 있기 때문에, 연기금 등의 덩치 큰 금액이 빠져나가는 시그널이 나오면 개인들과 프로그램이 모두 '팔자'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서킷브레이커는 이러한 연속적인 하락을 막기 위한 제도다. 서킷브레이커에 들어가기 전에는 프로그램 매매를 중단하는 '사이드카'가 발동하게 되어있고, 그 이후에는 현물과 선물시장 모두를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다.
사람들이 옆에서 모두 '달리기 시작한다'면, 나도 달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주식 시장에서도 '폭락'을 감지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팔아버리려고' 할 뿐이지, 기다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조금 상황이 진정되면 '왜 뛰었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서킷브레이커는 매매를 중단시켜서 잠시 진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4년만에 터진 서킷브레이커
서킷브레이커는 시장을 완전히 중단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는 가장 강력한 제동장치다. 오늘 발동한 서킷브레이커의 경우 8%였고, 이다음 수준에서는 15%, 그리고 20%에서 각각 발동하게 된다. -20%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게 될 경우에는 '조기 폐장'이 된다.
이보다 가벼운 수준인 '사이드카'는 프로그램 매매를 중단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의외로 자주 보인다. 작년에는 매수, 매도 양방향으로 사이드카가 터진 적도 있었을 정도다.
2023 주식시장 새로운 기록 - 양방향 사이드카, 외국인 블록딜
서킷브레이커는 실제로 '폭락'을 하게 되는 경우에 발생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제도 도입 후 열 세번 가량 발동된 바 있다. 오늘을 제외한 가장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전 세계 셧다운 당시, 2020년 3월 13일과 3월 19일 두 번 발동한 적이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두 시장 모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당시 코스피의 차트로 살펴보자.
1. 코스피 2200선 - 2020년 2월
코로나가 중국에서 창궐하고, '엄청난 중국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말이 돌기 시작한 무렵이 2020년 1월과 2월 중이다. 이 당시에는 중국 물류 유통에 문제가 조금씩 발생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그래서 코스피는 단기적으로 2200선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2020년 2월 14일을 단기 고점으로, 전체적인 시장의 하락이 시작되었다.
2. 첫 번째 서킷브레이커 - 2020년 3월 13일 (금요일)
그 후로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정도로 강한 매도세가 계속된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셧다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방법이 없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3. 두 번째 서킷브레이커 - 2020년 3월 19일 (목요일)
그리고 3월 19일 두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나올 정도의 매도가 이루어진 시점에서 코스피 지수는 1439까지 수직낙하하였다. 지수상으로 약 800포인트가 빠졌고, 35% 가량이 빠진 것이다. 시장 모든 종목이 하한가를 한 방 맞은 수준이다.
서킷브레이커 이후의 대응은?
코로나 당시에는 사실상 시장이 계속 하락하다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였다. 이 때문에 두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2020년 3월 19일 이후, 시장은 초고속으로 회복한다. 한 마디로 '나올 주식이 다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 서킷브레이커가 나온 상황은 조금 다르다. 흐름 상에서는 시장이 주춤주춤 상승을 하던 중에 시장상황의 급변으로 발동한 것이라 2020년 처럼 빠른 회복을 할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
그래서 이에 대한 힌트를 얻어보기 위해 신용잔고를 함께 확인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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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적으로 신용거래가 늘어난다는 것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가 많다는 뜻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버블'에 근접한다는 것이다. 시장이 상승하면서 신용거래가 늘어난다는 것은 보통 '인기 있는 종목' 위주로 상승을 했을 경우다. 만약 이런 상태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게 된다면, 오늘 하락은 견디더라도 2-3일 내로 신용 반대매매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오늘 하락보다 추가적인 하락이 며칠 더 따라오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의외로 최근 신용거래 잔고가 좀 줄었다는 것이다. 금투세 등의 영향으로 인해 이미 사람들이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단 의미도 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오늘의 서킷브레이커가 그냥 '체급이 가벼워서' 터진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최근 증시자금 동향을 보다 보면, 신용잔고와 예탁금과 같은 '직접투자분'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고, 펀드식의 '간접투자분'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말은 결국 주식의 매매 주체가 개인의 손을 거의 떠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상태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기계적 매수/매도 만이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미 외국인과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적인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에 맞춰 매수하거나 매도하는 형태를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 본인 종목의 차트가 지수 차트와 유사하다면,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하다고 볼 수 있겠다.
처음에 신용잔고가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빠른 반등을 기대해 보았지만, 그만큼 외국인/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변화로 인해 빠른 반등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빠른 반등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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