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자체를 다룬 영화
2008년 있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는 자본시장 붕괴에 가까운 사태였다. 진앙지였던 미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의 자본시장에서 수조원이 증발해버렸고, 각 국 정부의 긴급조치를 통해서 간신히 시장이 회복되었다. 영화를 보다보면 이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 그나마 쉽게 배울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사태 자체가 이미 어려운 금융상품이 복잡하게 엮이며 발생했기 때문에 설명 자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근원
영화에서 라이언 고슬링은 도이치 뱅크의 직원으로 나와 사건을 전반적으로 전달한다. 집을 사려고 실행하는 '주택 담보 대출'이 그 시작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전세제도가 없기 때문에 주택을 장기 대출을 통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만큼 통합적인 개인 신용정보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대출 과정 자체도 그렇게 쉽진 않다. 간단히 요약해서 대출의 수요는 많지만, 대출도 그렇게 쉽진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은행은 그 이전까지는 대출을 통한 이자만을 받다가, '채권 담보부 증권'을 개발하여 거래를 시작한다. 채권 담보부 증권이라는 것은, 결국 은행의 대출채권을 증권처럼 만들어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 중에서 은행이 만들어낸 방법은 바로 '섞어서 판다'였다. 돈을 잘 갚을 수 있는 우수한 채권과 부실한 채권을 쪼개서 섞은 뒤, 뭉뚱그려서 '주택대출담보증권'으로 거래를 시작한 것이다. 부실한 채권이 부도가 나더라도, 증권에 섞여있는 우수한 채권들이 커버하기 때문에 '위험은 낮고, 수익은 좋은' 괜찮은 상품이 탄생한 것이다.
이제 양을 늘려야지
은행들은 대출 자체로 벌어들이던 이익보다, 이런 채권 거래를 통해 더 큰 이익을 벌어들이기 시작한다. 그럼 이 수익을 더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담보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본원 상품을 늘리는 것이다. 즉, 대출의 양을 늘리기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대출을 '건전하게 잘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싸그리 받아갔고, 은행은 대출 모집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며 대출을 못 받던 사람들에게도 대출을 더 실행시켜 오도록 했다.
영화에서는 이 대출 확대의 결과를 보여준다. 집주인 개의 이름으로 실행된 대출이라거나, 스트리퍼로 일하면서 다섯 채나 대출로 집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존재하던 것이다. 대출 브로커들은 금요일에 신청하면, 월요일에 은행에서 서류를 사 간다면서 신이 나 있었다.
커질 대로 커진 버블, 이제 곧 터진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다들 이 문제를 조금씩 확인하고, '부도스왑' 상품을 만들거나 사들이면서 버블이 터질 것을 기다린다. 하지만, 그게 결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은행들은 주택담보증권을 구성하는 채권들 중에서 부실채권들 만을 또 따로 모아서 '서브프라임'으로 AAA라는 신용등급을 받으며 또 팔아제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S&P나 무디스와 같은 신용평가사들도 무조건 도장을 찍어줘야만 했다. 내가 안찍으면, 다른 회사가 찍어서 수수료를 챙겨가기 때문이었다. 점차 대출 상환액이 부담되던 사람들은 주택을 내놓기 시작하고, 집 가격은 계속 하락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실제 집을 구매하기 위해 받은 대출 채권은 부도가 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도, 이를 담보로 거래하는 파생상품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미국의 종말에 베팅한 자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결국 자신들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2007년 말부터 채무불이행이 급증하면서, 자신들이 계약한 부도스왑 옵션 상품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 가격이 치솟을 수록 이들의 심리는 불편해진다. 결국 자신들이 미국의 종말 아니, 더 나아가 세계 경제 시스템의 붕괴에 베팅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같은 은행이 무너졌고,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되었으며 800만 명이 실직했고, 600만 명이 집을 잃었다. 그리고 이 사태로 감옥에 가거나 처벌받은 금융사 임직원은 단 한 명이었다.
영화가 끝나고서도 씁쓸한 맛을 감추기 어렵다. 그리고 약 10여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 똑같이 언젠가 반복될 수 있다는 생각에 찜찜함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는 지금 잘 하고 있는지 다시금 살펴볼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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