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다. 풀리는 돈의 양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경제 활동에 따른 후행지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시장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인자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자체만을 바라보면서 투자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금리가 한국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금리가 낮아지면 돈이 많이 풀리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올라간다?
금리는 사회에 투입되는 돈의 양을 결정하게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금리가 낮아지면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좋아져야 하고, 금리가 높아지면 주식시장도 안 좋아져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관계일 것이다. 즉, 금리와 주식시장 간에는 음의 상관관계(Negative Corelation)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래프를 살펴보면, 딱히 그래 보이진 않는다.
위 그림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변화 그래프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지나던 시기, 미국에서 미친듯이 달러를 찍어내며 경기 부양을 시작하였다. 한국 역시 이에 발맞추어 2008년 5.2%에 달하던 금리를 6개월 만에 2%로 내린다. 어마어마한 금리 인하로의 빅스텝이었다. 그렇다면, 미친 듯이 돈을 풀었기 때문에 한국 주식시장이 빠르게 회복했을까?
2008년 금리의 인하는 주식시장 하락의 후행지표라고 볼 수 있다. 즉, 주식시장의 폭락을 막기 위해 금리인하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의 하락과 금리의 하락이 함께 겹쳐진다.
2008년 최고점 대비 코스피는 약 50%까지 하락한다. 이 와중에 하락의 속도를 가중시킨 것은 2008년 8월 5%였던 기준금리를 5.25%로 인상시킨 한국은행의 결정이었다. 그 덕분에 시장 하락이 8월 이후 더 빨라지며, 3개월 만에 반토막이 나고 만다. 이후 금리를 단계적으로 여러 번 인하하지만, 금리 인하 발표를 하면 다음날부터 시장이 다시 고꾸라지기를 반복한다. 이후 2009년부터는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코스피 지수 전체가 올라가다가 금리가 다시 내려와도 오랜 시간동안 박스권에 머물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알 수 있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실물경기가 좋지 않을 때 금리의 상승은 확실하게 주식시장을 졸라맨다.
실물경기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금리를 올리는 결정(긴축)은 시장을 확실하게 조르는 효과가 있다. 시중에 다양하게 풀린 형태의 유동자금들이 회수할 기미를 보이게 되면 즉각 처분이 가능한 주식시장의 자금이 이탈하기 때문이다. 2008년 당시 대외 경제적 요소들이 매우 불안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내린 금리인상의 조치는 시장의 바닥을 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2022년 현재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실물 경기가 좋을 때 금리상승은 큰 문제가 아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전반적인 실물경기가 좋아지기 시작하니 주식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약 2년 간에 걸친 랠리였다. 이때에는 대외경제적 전망이 좋은 상태에서 금리가 상승했지만, 주식시장은 견고하게 버텼다. 오히려, 그 이후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박스권을 유지하며 횡보하였다.
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는 약 1-2개월에 걸쳐 나타난다.
금리 인하를 단행했을 때, 많은 경우 오히려 시장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금리인하의 폭이 실망스러웠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러한 하락이 있었을 때에도 약 1개월에서 2개월 후에는 시장 전반적인 흐름이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즉, 금리 인하는 즉각적으로 시장에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 갭을 두고 영향을 주었다.
최근 금리상승이 연일 계속되면서 주식시장의 자금이 말라가고 있다. 이로 인해 주식시장이 계속 하방으로 고정되고 있는 안타까운 시점이다. 하지만 역사를 통해서 볼 때, 금리를 '고정비용'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시장은 안정세로 접어들면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주식장세가 어디인지 잠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금리와 함께 고려한다면 괜찮은 투자타이밍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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