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부터 이미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티몬 관련 정산금 지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정산금 지연은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이 사태를 통해 인터넷 오픈마켓 시스템의 운영 방식을 정리해 본다.
인터넷 마켓의 짤막한 역사
인터넷이 처음 대중화된 뒤, 2000년 무렵에는 드디어 '온라인 마켓'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택배를 비롯한 배송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성되지 않아서, 이 당시 가장 특화된 쇼핑은 '도서'였다. 제품의 손상에도 비교적 관대하고, 유통기한도 없었기 때문이다.
예스 24, 알라딘, 교보문고 등이 이 당시 엄청난 성장을 하게 되었다. 공연 티켓 역시 판매를 하기 시작하였고, 다양한 공산품들이 인터넷에서 판매가 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배송시스템이 점차 발전하면서 인터넷 쇼핑은 점차 한국에서 자리를 잡아갔다.
이 와중에 탄생한 미국의 서비스 '그루폰'이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다. 소위 말하는 '소셜 커머스'다. 그룹과 쿠폰의 합성어였던 그루폰은 인터넷에서 여러 사람들이 한 번에 '공동구매'를 해서 할인폭을 키우는 방안을 구상했다.
그리고 이 서비스를 그대로 카피해서 들어온 것이 '티켓몬스터(티몬의 전신)'였다. 티켓몬스터는 일반 공산품이 아닌, 식당 방문에 쓸 수 있는 상품권을 판매하면서 쏠쏠한 재미를 보았고, 오프라인 매장 역시 이를 통해 방문객이 늘어나는 선순환 효과에 올라탔다. '던전 앤 파이터'를 만든 허민 역시 '위메이크프라이스'라는 비슷한 형태의 회사를 만들고 운영하였다. 쿠팡도 처음엔 이런 식으로 시작했던 회사였다.
소셜 커머스 기업들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을 하였지만, 이런 '공동구매'식의 전략은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판매자들이 입점하여 물건을 판매하는 오픈마켓으로 전환하였다.
이들이 결국 오픈마켓으로 전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 요약할 수 있다.
1. 제품 기획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
유통업의 본질은 상품을 옮기는 데 있다. 생산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상품을 계속 찾아서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래서 유통업은 마치 페달링을 멈추면 넘어지는 자전거처럼 움직인다.
소셜 커머스 기업들은 사이트 인지도 자체는 높일 수 있었다. 다만 적절한 제품을 계속해서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사이트의 인지도를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판매하는 오픈마켓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사실 과거에 유명했던 유명 쇼핑사이트들은 대부분 이러한 '오픈마켓' 형태로 전환을 한 상태다. 거기서 자체기획 상품과 오픈마켓 두 가지를 병행하며 '트래픽 판매'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2. 지불 유예금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오픈 마켓의 중개자가 되면 정산금을 최대한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보통 사이트를 통해 판매된 대금은 약 2개월 뒤에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떼고 정산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7월에 판매된 금액은 8월 말 또는 9월 초에 입금하는 식이다. 오픈 마켓을 운영하게 되면 약 2개월 간 무이자로 현금을 융통하는 셈이다. 게다가 수수료까지 받고.
왜 판매자들은 네이버와 쿠팡으로 갈까?
현재 테미파크 사태로 인해 네이버와 쿠팡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이 두 회사가 지목되는 이유는 바로 기존 오픈마켓들이 하지 못한 일을 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두 회사 때문에 한국의 나머지 이커머스 업체들의 상황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네이버 - 쉬운 사용법, 업계 최소 수수료, 빠른 정산
네이버는 한 마디로 오픈 마켓의 생태계를 박살 냈다.
네이버는 기존 '스토어팜'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특별한 점은 없었다. 네이버가 제공했던 스토어팜은 물품을 판매할 수 있는 '툴'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이버는 검색엔진에 쇼핑을 탑재하는 '스마트스토어'로 전환하면서 엄청난 변환을 맞이한다. 블로그 작성과 똑같은 방식의 툴을 이용해서 단 10분 정도면 누구나 쇼핑몰을 만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오픈 마켓들은 시스템을 사용하는 법을 익히는 데에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수많은 판매자들이 뛰어들기 시작했다. 스마트스토어로 판매를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다른 오픈 마켓이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게다가 네이버는 중개수수료를 약 5%대로 깎아버렸다. 일반적인 오픈마켓의 수수료가 15~20%에 이르는 상황에서, 5%의 수수료는 거의 거저나 다름없는 상황. 이로 인해 판매자들이 빠르게 진입하면서 네이버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익일 정산'이라는 시스템도 갖추게 된다. 다른 오픈 마켓과 달리 매출분을 바로바로 판매자에게 전달한 것.
낮은 수수료와 빠른 정산으로 돈이 묶이지 않게 되자, 판매자들은 네이버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게 되었다.
쿠팡 - 자체 물류시스템 구축, PB 상품 제작
쿠팡의 시작은 티메프처럼 '소셜 커머스'였지만, 쿠팡은 또 다른 업적을 이룬다. 바로 '물류사'를 직접 설립한 것이다.
쿠팡은 자체 물류사를 만들고 '로켓배송'이라는 시스템을 갖춰서 오픈마켓을 잠식하기 시작하였다. 이 덕분에 쿠팡은 나스닥 상장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의 쿠팡을 만들 수 있었다.
쿠팡 역시 다른 유통사에 비해 낮은 수수료를 받는다. 판매자가 자체적으로 택배사를 통해 제품을 발송할 경우에는 10% 정도의 수수료를 징수하지만, 자신들의 '로켓물류'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에는 22%로 수수료를 높이고 있다. 판매자 입장에는 대량으로 입고하고, 재고관리 걱정을 덜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쿠팡은 물류시스템을 구축한 뒤, 새로운 수익 창출방법을 깨달았는데 바로 PB상품의 제작이다. 자신들 마켓에 입점한 제품들 중, 판매량이 좋은 상품들을 '로켓배송'으로 유도한 뒤, 이를 카피하여 PB상품으로 판매하는 전략이다. 사실 판매자들에게 PB상품은 상품을 뺏기는 꼴이지만, 소비자들에겐 좋은 결과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사태가 발생하게 된 원인
현재 '티메파크' 사태가 발생하게 된 원인으로 큐텐이 지목되고 있다.
큐텐은 초창기 인터넷 마켓의 선두주자인 지마켓을 세운 '구영배'가 싱가포르에 세운 인터넷 쇼핑몰이다. 구영배는 지마켓을 '옥션'을 가지고 있던 이베이에 매각하였다. 그리고 이베이는 옥션과 지마켓, 그리고 G9를 통합하여 '스마일 클럽'이라는 쇼핑 할인 멤버십을 만들어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구영배는 경업금지 항목에 따라, 싱가포르로 가서 큐텐을 창업하여 '직구시장'에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경업금지란?
민희진과 하이브 간의 계약에 적용되어 있다는 경업금지? 겸업금지 아냐?
큐텐은 일본, 미국, 동남아 등지의 물품들을 직구하기에 좋은 사이트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탈모 보조치료제인 '판토가', '미녹시딜' 또는 일리 커피캡슐, 브리타 정수필터 등 외국 현지의 제품들을 사는 곳으로 주목을 받는다.
그러다 이 직구 물품을 한국까지 배송하는 '큐익스프레스'를 설립하고, 아시아 물류를 연결하기 위한 걸음을 시작한다. 구영배는 경업금지 기간이 종료되자, 티몬과 위메프 그리고 인터파크 커머스(쇼핑부문)를 인수하여 한국에 다시 진출하였다. 또한 미국의 Wish를 인수하면서 세계적 물류체인을 만들어낸다.
구영배 대표가 주목한 것은 결국 '물류'를 장악하는 것이었다. 아시아와 미국의 쇼핑을 연결하는 물류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던 셈. 마지막 나스닥 상장까지만 버틴다는 마음으로 매출액을 끌어올리고 있었던 방식이 화근이 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쿠팡이 한국 이커머스의 판을 바꾸지 않았다면, 구영배 대표의 꿈도 지금쯤 완성되고 있었을지 모른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등에 업고 3천만 소비자를 거느리고 있고, 네이버 역시 적은 수수료와 빠른 정산으로 판매자들이 선호하는 가장 좋은 판매처가 되어 있다. 티메파크는 '할인'하여 매출액을 높이는 방식으로 버티면서, 정산금액을 최대한 유예하며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실수'라는 형태로 대금지급 일정을 미루다가 이번주 결제와 지급을 동결한 것.
티몬 사태에 대한 전망은? 실제로 피해를 입는 업체는 가전대리점.
사실 티몬과 위메프는 나름대로 오래된 사업자들이 주로 버티고 있는 곳이다. 코로나 시기 네이버와 쿠팡이 급성장하면서 많은 사업자들의 주 타깃이 네이버와 쿠팡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티몬과 위메프의 시장점유율이 워낙 낮아지기 시작하면서 티몬과 위메프를 '주요 판매처'로 두고 있는 경우가 드문 게 현실이다. 달리 말하면, 두 마켓의 미정산금으로 인해 무너질 회사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티몬의 미정산금이 1억이라면, 다른 사이트를 통해 정산될 금액이 그 2-3배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의 특성상,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를 비롯하여 최소 10개 이상의 마켓에 중복입점하고 있다. 다만 대기업 가전과 IT 물품은 티몬과 위메프에 단독 입점된 경우들이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냉장고는 삼성전자 가전사업부에서 만들지만, 이에 대한 온라인 판매는 여러 대리점을 둔다. 그리고 이 대리점들은 서로 간의 불필요한 자기 출혈을 막기 위해 몇 가지 수단을 쓴다. 티몬에는 A회사와 B회사만, 위메프에는 C회사와 D회사가 들어가는 식으로 서로 다른 곳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히트 상품 A에 대해서 A1 모델은 티몬에 입점한 1 대리점에, A2 모델은 2 대리점에 주는 식으로 판매 물품을 조절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티몬과 위메프에서 대금지급 지연에 따른 피해가 발생할 진짜 업체들은 이와 같은 '가전대리점'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판매업자들 일부가 판매를 중단하거나 취소하는 것은 대금지급을 미루는 티몬이나 위메프에 대한 시위인 것이지, 실제 위기를 맞이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몇 업체들은 '물품을 발송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홍보효과를 얻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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