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된 것은 히틀러의 독일이 무너진 2차 대전 이후였다. 이후 1980년대까지 이어진 소련과의 경쟁이 분명 존재하긴 했지만,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순수한 시간은 약 1950년대부터 20년 남짓이었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미국이 강대국으로 올라서기 위해 전쟁과 회유를 반복해 왔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이 누가 되건 상관없이 '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을 유지할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의를 계속해오고 있다. 2000년대부터는 이름부터 국가 안보 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이라는 문서로 행정부에서 기획한 대단위 전략을 만들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시행하고 있다. 내용은 '뻔하지만', 이걸 보면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대강의 그림이 보인다.
2021/2022 National Security Strategy - 바이든 대통령
원래 NSS는 5년에 한 번 발간이 된다. 원래대로라면 2022년에 발간되는 게 정상이지만, 작년에 이례적으로 임시 전략서를 배포한 바 있다. 21년 임시전략서에서 미국의 국민과 경제, 그리고 국방력과 민주주의를 놓치지 않겠다고 하면서 핵심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하였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홀로 해낼 수 없습니다. 우리는 동맹국들을 격려하고 관계를 현대화할 것입니다. 수 십 년간, 우리의 동맹들은 우리 편에 함께 서서 어려움을 견뎌왔습니다. 그리고 손잡고 도우며 이익과 가치를 위해 함께 했습니다. 이들은 우리의 힘의 근원이고, 미국의 강점이며, 우리의 나라와 국민들을 지키는 책임을 분담하고 있습니다. (중략) 이들은 중국과 같은 나라들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NATO와 우리의 동맹인 호주, 일본, 한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여기에 투자하는 것이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 되는 이유입니다. (후략)"
하는 말들은 굉장히 단순하지만, 결국 하는 말은 한국이 중국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동맹국들에게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 편을 확실하게 들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는 NATO 가입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유럽국가들도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이나, 국가안보를 위해 일시적으로 러시아나 중국과 거래하는 것은 괜찮지만, 이를 통해 미국과의 관계에 등을 돌릴 생각은 하지 말라는 공식적인 언질인 셈이다. '너희들이 등을 돌린다면, 우리도 너희들이랑 같이 안 간다'라는 것을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완전판으로 나온 22년 보고서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그 전에 조금 더 구체적으로 대 중국 전략을 집는다.
"중국에 대한 전략은 세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1) 투자 - 우리를 성장시킬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2) 집중 - 우리의 동맹들과 파트너들과 함께 같은 목적으로 대항할 수 있도록 3) 경쟁 - 우리의 이익을 지키고, 미래의 비전을 건설하기 위해 경쟁한다. 그중에서도 처음 두 가지가 정말 중요하다."
같은 목표를 가진 동맹들에게 확실하게 중국을 겨냥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겠다고 표현하고 있다. 아니, 보다 구체적으로는 동맹들에게 같은 목표를 '가지라고' 할 예정이다. 굉장히 겸손하게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미국은 2022 NSS 내내 자유와 민주주의적인 가치를 이야기하면서 중국 주변의 국가들이 위협으로 인해 이런 가치들이 손상받는 것을 가만 보고 있지 않겠다고 말한다. 신장 위구르, 대만, 그리고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모두 겨냥하여 던지는 말인 셈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미국의 국방력도 현대화시키고 투자할 것이라고 한다.
더욱 강력해진 중국에 대한 견제
NSS에서는 '기초과학'과 지속가능한 기술에 대한 투자 언급도 많다. 그러면서도 여기서 강조하는 것이 이러한 기술의 발전도 '동맹국'들과 공통의 이익을 바탕으로 이루어나갈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이 기술이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경쟁자들에게 유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냥 기술이 유출되는 상황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대해서도 확인할 것이란 말을 한다. 즉, 어떤 의도를 가진 자금이 해당 기술에 투자를 하고 있는지까지 확인하겠다는 뜻이다. 몇 년 전, 화웨이 5G 장비들이 스파이웨어 문제가 불거져서 미국시장에서 퇴출되었던 것처럼, 공급망(Supply Chain)상에서 불손한 의도가 있는 경우에는 과감하게 쳐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인도-태평양에서도 '자유와 개방'을 이야기하며 중국을 지역적으로 견제한다. 센카쿠 열도 문제에 있어서도 일본의 편을 들어줄 것임을 공식적으로 천명하였고, 인도와 함께 인도양 부근의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한다. 즉, 호주, 일본, 인도, 한국을 통해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NSS에 따르면, 미국은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제적 발전을 막는 핑계를 인권으로 삼을 것이고, 이를 위해서 신장위구르 지역의 노동력을 사용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공개적인 비난과 더불어 직접적인 개선요구에서 퇴출에 이르는 명령(?)을 진행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런 시그널은 아시아의 핵심 우방인 일본의 기업 유니클로의 신장위구르 지역에 대한 개입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NSS를 통해 짐작해보는 향후 5년 간의 경제전망
오로지 한국의 입장에서만 생각한다면, 친중국-반중국이 같이 섞여 나올만한 지점이다. 미국이 직접 투자하기로 마음먹은 고부가가치 기술들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협업도 굉장히 민감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 덕분에 현재 삼성이 텍사스 지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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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윗글에서도 언급되었던 것처럼, 현재 중국 공장에서 상대적으로 '저성능' 반도체만을 생산하고 있다. 전체적인 그림이 맞아떨어지는 중이다.
그리고 미국이 민주주의, 자유의 가치 등을 위해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기초과학 기술과 친환경 기술 등의 경우 중국의 입김이 없는 한국기업들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 일본, 대만, 호주의 5G 관련 기술업체들은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기 때문에, 중국계 자금의 투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반대로 미국의 전략적 투자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과의 협업은 완전히 불가능한 것인가?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미국이 '안보를 위협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필요한 투자는 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즉, 화장품과 같은 소비재 등은 여전히 중국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아무런 제약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기차 분야는 어떨까? 해봐야 현재 중국의 전기차 수준이 더 높은 편이기 때문에, 굳이 중국에 수출이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은 분명 미국이 검열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즉, 현대차에서 고성능의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했다고 한다면 완성차 형태의 수출은 인정해도, 현지공장 생산이나 기술이전 등은 불가능할 것이다.
중국에 대한 견제는 앞으로 중국기업의 IPO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웬만한 중국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직접 IPO를 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NSS에서 투자의 방향까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을 보면 미국이 중국시장에 투자하는 부분까지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은 어떤 대안을 찾아야 할까? NSS에서 원하는 답은 결국 일본뿐만 아니라 '인도'나 '호주'와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고성능 기술개발을 필요로 하는 한국 기업의 경우에는 인도나 호주와 협업하는 경우 미국의 투자가 강력히 진행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NSS는 5년마다 발간되는 공식 문서고, 사실 뻔한 이야기만을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누가 되건, 미국 전략의 방향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가장 중요한 문서 중 하나다. 시간이 된다면 투자를 위해서 읽어보면 좋다. 그저 시장의 흐름만으로 어렴풋이 느꼈던 것들이 '글로' 쓰여 있는 문서다. '왜 바이든이 저렇게 하지?'라는 이유가 담겨있다고나 할까. 실제 파일은 아래 첨부되어 있다.
2021년 발간된 임시 National Security Strategy Guidance
2022년 바이든 행정부에서 공식 발간한 N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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