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공매도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많아진다. 그럴 만도 한 게, 개미들이 달려들만한 종목이 있으면 증권사, 투자사들이 공매도를 때려서 가격을 떨어뜨려버리기 때문이다. 공매도가 정말 시장을 망칠까? 공매도의 순기능에 대해 살펴보자.
주식 공매도란 무엇인가?
공매도라는 것은 쉽게 말해서, 주식을 빌려와서 팔아버린 뒤 나중에 다시 사서 되갚는 외상거래다. 우리가 보통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팔 수 있는 것과 달리, 순서를 바꿔서 먼저 팔아두고 나중에 메꾸는 방식이 공매도다. 파생상품인 선물 풋옵션과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풋옵션과는 엄연히 다른 방식이다.
풋옵션과 공매도의 차이를 정리한 지난 글 - 선물시장 파생상품 콜옵션과 풋옵션 911테러
예를 들어, XX전자의 주식이 오늘 25만 원인데, 10만 원으로 폭락할 것을 예상한다면 오늘 소유자의 주식을 빌려와서 먼저 팔아버리는 것이다. 그럼 25만 원이 오늘 내 계좌에 쌓이는 것이고, 나중에 10만 원으로 내려갔을 때 다시 사면 최종 15만 원이 내 돈이 되는 것이다. 주식을 빌려준 사람에게는 물론 주식을 빌린 기간 동안 이자를 지급한다.
주식 공매도가 주는 이점 - 주식 가격을 적절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공매도는 의외로 주식의 가격을 적절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주식매매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주식을 사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경합이 벌어진다. 쌀 때 샀다가, 너무 비싸다고 판단하면 파는 과정이 벌어지지만 파는 것도 이 주식을 소유한 사람들끼리만 가능하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소위 말하는 '무지성 매수'를 하는 사람들만이 있을 때라거나 '작전주'로 폭등하는 상황에서는 누군가 대량으로 팔기 시작하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물론 공매도가 있다고 해서 제도적 한계로 인해 '작전주'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매도는 주식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시점에 이에 대한 견제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장 잘 보여주었던 사건이 바로 '루이싱 커피' 사건이다.
루이싱 커피 회계부정 사건
중국의 커피 체인인 루이싱 커피는 현재 중국에 4,000개가 넘는 점포를 지니고 있는 거대 커피회사다. 2017년 베이징에서 시작한 이 브랜드는 괜찮은 커피 퀄리티와 저렴한 가격으로 스타벅스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었다.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전용앱을 이용한 결제와 배달 등 IT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2017년 이후 2년 만에 2천 여개의 점포를 두게 되었고, 2019년 5월에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였다.
하지만 '머디 워터스'라고 하는 헤지펀드는 루이싱 커피의 빠른 성장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 머디 워터스는 정말 '미쳤다'라고 말할 정도로 집요하게 루이싱 커피의 매출내역을 추적하였다. 주요 매장 주변의 CCTV와 직원들의 채팅방, 영수증 번호까지 수집하고 분석하여 과도하게 뻥튀기된 매출을 찾아낸 것이다. CCTV로 실제 매장에서 만들어진 음료의 개수를 추정하고 영수증 숫자와 비교하여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낸 셈이다.
머디 워터스는 이 외에도 다양한 증거들을 수집하여 최종적으로 '루이싱 커피'는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이에 대해 공매도를 시작하였다. 루이싱 커피는 실제로 앱 가입자 수의 60%가 부풀려져 있었고, 매출 또한 50% 이상 부풀려져 있었다. 그로 인해 2020년 6월 26일 나스닥에서 상장폐지가 되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루이싱 커피에 벌금 1억 8천만 달러를 부과하였다.
루이싱 커피는 부정을 저질렀지만, 중국 내에 마땅한 경쟁자가 없다는 이유로 현재까지도 중국매장을 꾸준히 늘리며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게다가 나스닥 퇴출 당시 트럼프 정부의 '미중무역갈등'이 있던 때라, 이를 핑계로 중국인의 애국심으로 면죄부를 받기도 했다.
루이싱 커피와 같은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분명 공매도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선례다. 하지만 공매도가 이처럼 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덕적 해이가 없어야 한다. 즉, 특정 회사를 미리 공매도해놓고 루머를 던져서 주가를 빼거나, 기관에서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공매도를 진행하는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주식의 공매도는 이론 상 시장의 가격결정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몇 년 전 벌어졌던 갖고 있지도 않은 주식들을 팔아버릴 수 있었던 '삼성증권 유령주식'과 같은 사건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면 공매도는 부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올 것이다. 삼 프로 TV의 김동환 이사가 항상 이야기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은 제대로 만들고 시작하자'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동일한 권한이 주어질 수 있고, 기관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감시가 진행될 수 있을 때 공매도의 순기능이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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