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의 성지로 꼽히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그곳을 향하는 순례자길(El Camino de Santiago, 줄여서 까미노)은 세계적인 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꼭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여행으로도 갈 만한 곳이다. 15년 전 순례자길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언젠가 다시 한번 가려고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정리한 것들을 공유해 본다. 아마도 이 네 가지는 꼭 챙겨갈 것이다.
- 선크림
- 벼룩, 빈대 살충제 또는 비닐 시트
- 방수복과 경량침낭
- 장거리 걷기를 위한 등산스틱
까미노 데 산티아고란?
예수의 제자이자 가톨릭 성인인 야곱(Jacob)은 스페인어로 이아고(Iago)라고 한다. 여기에 성인이라는 'Sant'가 붙어서 산티아고(Santiago)라고 불린다. 우리 말로는 '성 야고보'가 '산티아고'인 셈이다. 이 성인 산티아고가 묻힌 곳이라고 알려진 도시가 스페인 북서부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는 곳이다. 그래서 이 도시 자체가 크리스트교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까미노(Camino)라는 단어는 스페인어로 '길'이라는 뜻이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가는 길이 '엘 까미노 데 산티아고'다. 까미노는 그냥 일반적인 '길'을 뜻하는 단어지만, 영어의 'The'에 해당하는 'El'을 붙여서 '엘 까미노'라고 부르게 되면 특히 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의미한다. 외국 여행객들은 줄여서 그냥 까미노라고만 부르기도 한다. 1993년부터는 이 순례길 자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스페인 대륙,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집에서 걸어가며 출발하는 경우도 많아서 길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길이 프랑스 남부의 도시 'Saint-jean Pied de port'에서 출발하는 '프랑스 길'이다. 매년 수 십만 명이 약 7~800km에 이르는 길을 걷는다.
도보로 이 길을 걷는다면, 이 길은 최소 40일 정도 걸어야 한다. 매일 걷는 거리가 약 3-40km 정도다.
스페인 순례자 길에서 만나는 어려움들 : 햇빛, 베드버그, 사막성 기후, 부상
1. 까미노에서 만나게 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태양이다. 보통 여행을 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이용하여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서 온도도 가장 높은 시점에 스페인 북부의 사막지역을 통과하게 된다. 걸어가는 방향이 서쪽이기 때문에, 오후시간에 들어서기 시작하면 자칫 해를 정면으로 보면서 걸을 수도 있다.
스페인의 여름 햇빛은 한국보다 더욱 뜨겁다. 스페인의 낮잠시간(씨에스타)이 왜 있는지 알게 된다. 오후 시간에도 20분 정도만 태양을 정면으로 마주하면 빨갛게 화상을 입는다. 그래서 반드시 선크림을 준비하고, 여행을 하는 중간에도 구입하여 발라주어야 한다. 물론 아무리 바르더라도, 여행이 끝날 무렵에는 까맣게 타 있을 것이다.
2. 또 다른 어려움은 바로 해충이다. 순례자 길에 있는 숙소 알베르게는 대부분 허름하다. 그래서 침대의 위생상태가 좋지 않다. 매일 다른 사람들이 자고 지나가기 때문에 베드버그라고 불리는 빈대나 벼룩에 물려서 온 몸을 긁는 사람들이 종종 나타난다. 운이 좋게도 나는 물리진 않았지만, 꼭 살충제나 비닐형태로 되어 있는 침대시트 하나쯤을 챙기고 가서 물리지 않도록 할 필요는 있다.
3. 순례자 길은 사막성 기후다. 대륙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다보니 사막처럼 기온 변화가 크다. 한여름에도 새벽에는 손이 시릴 정도로 춥다가도 한낮에는 햇빛에 화상을 입기도 한다. 그래서 한여름에도 밤에 들어갈 침낭은 꼭 필요하다. 그리고 사막성 기후라 비가 자주 오진 않지만, 비가 와도 계속 걸어야 하기 때문에 방수복 형태의 옷이 하나쯤 있다면 좋다.
4. 순례자 길에서 마주하는 또 하나의 어려움은 바로 부상이다. 일상에서는 이렇게 장거리를 걷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4-5일만 걸어도 슬슬 몸이 고장 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바로 등산스틱을 이용한 트레킹을 연습하는 것이다. 장거리를 걷는 과정에서, 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등산스틱을 챙기고 그 사용법을 반드시 숙지해서 갈 필요가 있다.
스페인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어려움들이 바로 햇빛, 베드버그, 사막성 기후, 그리고 부상이었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적어도 이 준비에 대해서는 단단히 하고 갈 것이다.
제주 올레길과의 공동완주증
제주 올레길은 이 순례길을 걸었던 서명숙 이사장이 제주에 조성하기 시작한 길이다. 스페인까지 가는 게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 개발되기 시작했다.
2021년 스페인 순례자의 길과 제주도 올레길 간의 상징구간을 지정하자는 논의가 있었고, 2022년 9월 1일부터는 에는 공동완주증을 발급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스페인의 순례자 길을 완주한 사람들은 제주 올레길을 100km 이상 걸으면 완주증을 추가로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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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길 여행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제주 올레길 여행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함께 방문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참고로 공동완주를 하는 경우에는 완주증서와 메달을 발급하고, 홈페이지에 완주기록을 등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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