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저 돈을 많이 버는 것일까?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사업은 결국 싫든 좋든 '독점'을 향해 끊임없이 걸어가는 과정이다.
남들이 만들지 못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는 이상적인 목표를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그 본질은 '독점'에 대한 욕구를 명확하게 드러낼 뿐이다.
경쟁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이 이루어질 수는 있지만, '경쟁'은 사업의 본질이 아니다. 결국 그 경쟁을 이겨내고 독점하려는 것이 목표다. 그런 점에서 오늘 기업 하나를 소개한다. 사업의 정석을 보여주는 기업, '한국야쿠르트(에치와이)'다.
한국야쿠르트의 간략한 역사
한국야쿠르트는 생각보다 역사가 짧은 편이다. 1971년에 일본 '야쿠르트 혼샤'와의 합작기업으로 설립되었다. 최대주주는 팔도비빔면으로 유명한 '팔도'다. (팔도를 중간에 분사시켰다.) 2021년에는 사명을 '에치와이'로 변경하였다.
1969년 윤덕병 창업주가 설립하여 '야쿠르트 아줌마' 제도를 도입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다. 1976년에는 비락우유를 인수하였고, 1978년에는 '나드리화장품'을 생산했던 호중화학을 설립했다.
1983년에는 일본 라면스프 업체인 '이찌방식품'과 기술제휴를 맺고, 1983년 '팔도라면'으로 라면사업에 진출했다.
1995년에 '한국야쿠르트'로 정식 사명을 변경하고, 1997년 비락으로부터 음료사업을 인수하였다. 그리고 2004년에는 파스퇴르유업을 인수하였다.
2006년에는 '나드리화장품'을 매각하였고, 2009년에는 능률교육을 인수한다. 2012년에는 라면사업을 별도사업체로 분리하였고, 2021년 사명을 'HY'로 변경하였다.
한국야쿠르트의 성장동력 - 야쿠르트 아줌마(현, 프레시 매니저)
현재는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명칭을 '프레시 매니져(Fresh Manager)'로 바꾸었지만, 사람들에게 와닿는 단어는 여전히 '야쿠르트 아줌마'다.
한국야쿠르트의 성장에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1970년대 발효유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부터 제품 홍보와 판매를 담당하는 영업사원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동네 골목을 돌아다니며 제품을 배달하는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아줌마' 특유의 친화력으로 동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경우도 다분했다.
프레시 매니저들은 이제 위와 같은 '전동 냉장고 카트'를 끌고 다니며 전국 골목을 누비고 있다. 게다가 처우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현재 1만 명 이상의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근무 중이다.
이들의 처우가 좋다고 알려진 것은 다음과 같다.
- 각 매니져 별로 구획을 충분히 확보하여 내부 경쟁 부담이 적다.
- 나이에 상관없이 채용하여, 충분한 근속년수를 보장한다.
이제는 단순히 유제품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용품으로도 사업을 확장하여 함께 판매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한국야쿠르트가 보여주는 사업의 정석은 바로 영업전략이다.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단어를 통해 확실하게 자리 잡은 것은 바로 '야쿠르트 독점 시장'이다. 편의점이나 슈퍼를 제외한 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야쿠르트'에 대해 떠오르는 것은 오로지 '야쿠르트 아줌마' 뿐이다.
그로 인해서 비슷한 '발효유'제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들은 여전히 '마트'영업에만 치중할 뿐이다. 기업의 입장에선 영업사원을 대거 고용한 방문영업을 하려면 '야쿠르트 아줌마'를 뛰어넘는 영업비용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야쿠르트(에치와이)의 영업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결국 각 '프레시 매니저'들의 수익이 직접적인 영업비용이라 할 수 있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개인사업자로, 한국야쿠르트는 제품 매출의 24% 가량을 '프레시 매니져'의 수익으로 정산하고 있다. 2023년 재무제표 상에서 한국야쿠르트의 1년 매출이 약 1조 1천억 가량임을 살펴볼 때, 약 2500억 가량이 정산되는 셈이다. 1인 당 평균액으로 따지면, 월 200만원 가량의 영업사원인 셈.
물론 문제도 있다. 현재 한국야쿠르트의 매출은 90% 이상 '야쿠르트 아줌마'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업체에 비해 '마트향 매출'이 거의 없다는 것. 대면영업이라는 독점시장을 확실하게 확보했다는 강점 때문에 경쟁자가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으로 전환된 현재 상황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한국야쿠르트가 선택한 방법은 이 영업망을 이용하는 추가 사업이다. '아이템풀'로 유명했던 가정방문교육 회사인 '웅진'이 가전렌털업체로 탈바꿈하게 된 것과 비슷하다. 결국 가정 내부에서 영업을 하여 '구독경제'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한국야쿠르트의 미래?
현재 한국야쿠르트는 사명을 변경하고, 계속하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다만 지분구조와 투자사업들을 살펴보면 방향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국야쿠르트의 주요 계열사는 메디컬그룹나무, NE능률, 제이레저, 도시락리잔, HY모터스 등이다.
메디컬그룹나무 - 벤처사업
병원 및 의료기기 렌탈사업을 영위하는 부문이다. 현재는 병원 컨설팅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의료기기 렌탈이 기본 업무로 보인다.
NE능률
영어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영어교육전문 출판사다. 능률VOCA 시리즈 등이 유명하다.
제이레저
골프장 운영업을 주로 하는 곳이며, 티클라우드 골프장 운영을 하고 있다.
도시락리잔
러시아에 소재하고 있는 기업으로 '팔도 도시락면'을 만드는 기업이다. 도시락 라면의 러시아 인기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HY모터스
'프레시 매니저'들이 탑승하고 있는 전기카트를 개발한 회사다. 이를 이용하여 전동카트 시장 진출을 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현재 독점하고 있는 방문판매 시장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방문판매'와 '구독제'의 시스템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야쿠르트 전동카트' 개발을 통해 진출하게 된 전동카트 시장에서 재미있는 시너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야쿠르트의 업종과 업황을 보며 '정석'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1. 단순히 더 큰 자본으로 진출할 수 없는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사업은 '돈의 힘'으로 따라잡을 수가 있다. 하지만 한국야쿠르트의 1만 '아줌마'들이 구축한 영업망은 단순히 자본으로 따라잡을 수가 없는 영역이다. 현재 한국야쿠르트에게는 고민 덩어리일 수도 있지만, 훌륭한 해자의 역할을 해주고 있기도 하다. 거대자본이 동원되어 같은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결국 시장의 일부만을 가져갈 뿐이기 때문이다.
2. 관련 사업으로 신사업을 구축한다.
HY모터스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메디컬그룹나무의 경우에는 히스토리를 보아도 오너의 '병원 욕심' 때문에 진출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2014년 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HY모터스는 다르다. 자신의 사업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며 성장하고 있다. 게다가 이 전동카트 자체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홍보수단까지 되고 있다.
3.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
겨우 '야쿠르트'를 팔아서 얼마 벌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1년에 약 1조를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그 원가는 얼마일까? 재무제표상으로는 1조 1천억의 매출 중, '매출원가'는 3700억이다. 즉, 제품 이익률이 약 60%에 달하는 것이다. 제품 자체로 이 정도의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충분한 규모를 구축하여 원가절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들을 살펴보면 한국야쿠르트의 길도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야쿠르트의 행보를 보면, 결코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회사라는 것 또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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