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종종 토론게시판에서 난리가 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바로 전환사채라는 말이 돌 때입니다. 사채라는 단어가 있다 보니 기본적으로 무서운 느낌이 있는데, 사실 그렇게 무서운 것은 아닙니다. 모든 부채가 그렇듯, 이를 잘 활용하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점을 주의해야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전환사채 -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사채
전환사채라는 것은 말 그대로 '전환이 가능한 사채'를 의미합니다. 물론 이 전환이라는 것이 '주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정확하게 전환사채는 CB(Convertible Bond)만을 의미하지만, 사실 이 구조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BW(Bond with Warrant-신주인수권부사채)라는 것도 같은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그 이유는 CB와 BW 모두 빌린 돈을 다시 현금으로 갚거나 회사 주식으로 갚을 수 있는 '전환 조건'이 붙은 채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두 가지 모두를 전환사채로 부르기도 하지만, 뉴스 내용이나 사업보고서를 자세히 읽어보면 CB인지 BW인지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전환사채'라는 것이 어떠한 형태로 작동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전환사채의 발행 과정
회사채 발행 -> 전환 조건 설정 -> 금리 변경
1. 회사는 1차적으로 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합니다.
기본적으로 회사채는 신용평가기관의 심사를 거쳐 등급이 결정되고, 등급이 결정되면 금리가 결정됩니다. (회사채에 대해서는 예전 글을 참고하면 좋다.)
2. 전환사채는 일반적인 회사채에 별도의 조건으로 제시됩니다.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채권자(투자자)의 요청이 있을 때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조건입니다.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투자자'로 포지션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채권이 전환사채, CB에 해당합니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경우는 조건이 조금 다르지만, 작동 원리는 CB와 비슷합니다. CB와 마찬가지로 회사채 발행으로 시작하지만 해당 채권과 별도로 채권자가 원하면 정해진 행사가격을 지불하고 주식을 인수할 수 있게 되죠.
3. 회사는 채권자에게 이러한 옵션을 제공하는 대신,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합니다.
CB나 BW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이 붙어있다보니, 앞서 신용평가기관이 평가한 등급보다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합니다. 그래서 해당 채권의 표면금리는 저렴한 편이 됩니다.
전환사채 (CB와 BW) 발행예시
다음 예시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A라는 회사가 돈이 필요해 1억 원을 2년 간 빌리려고 하는데 투자자 B 씨가 이에 응했다고 하겠습니다. 이때 A회사의 사장은 B에게 다음과 같은 조건을 제시합니다.
CB 전환사채 조건
빌려주시는 1억 원을 2년 간 잘 쓰겠습니다. 그런데 이 1억 원을 나중에 돈으로 받으신다면 이자 3-4% 정도 붙여서 돌려드릴 예정입니다. 근데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는 우리 회사 주식으로 받으셔도 되는데, 주식의 가격은 오늘 시점에서의 1억 원어치로 드리겠습니다.
BW 신주인수권부사채 조건
빌려주시는 1억 원을 2년 간 잘 쓰겠습니다. 이 1억 원은 나중에 이자를 붙여서 돌려드리겠습니다. 돈 빌려주신 데 감사드리며 나중에 저희 주식을 5천 원에 살 수 있는 스톡옵션을 함께 드리겠습니다.
이러한 조건이 제시되었을 때, 회사나 B씨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무엇일까요? 당연히 주식가격이 2년 사이에 폭등하는 것입니다.
CB조건으로 돈을 빌려준 상황에서 1억 원 어치인 주식이 그동안 폭등하여 10억이 되어 있다고 한다면, 투자자 B 씨는 당연히 주식으로 전환할 것입니다. BW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었다고 하더라도, 1주 가격이 2만 원이 되었다고 한다면 차액을 버리진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보통 이런 대박을 노리며 CB나 BW를 발행하는 회사의 채권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약간 이상한 부분이 있다는 걸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전환사채의 맹점 - 어떤 회사가 전환사채를 발행할까?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가 회사채를 발행한다면 당연히 큰 문제없이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을 것이고, 이자율도 매우 낮게 받아 자금을 융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과연 전환사채를 발행할 이유가 있을까요?
즉, 반대로 생각해보면 회사의 사업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회사라면 이러한 전환사채를 발행할 이유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필수적인 자금 융통이나, 사활을 걸고 있는 사업에서나 도전해 볼 만한 방법이죠. 그래서 사업 초기단계의 스타트업 회사들이나 코스닥 시장에 있는 기술/제약 회사들이 이러한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경우가 나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끔 오래된 회사에서도 공시자료로 CB 전환, 청구권 행사 라는 말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바로 앞서 설명한 것처럼, 예전에 돈을 빌린 투자자들에게 '저렴하게 주식을 넘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보통 게시판에서 전환사채라는 말이 보이면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큰돈을 회사에 빌려주고 회사의 주식으로 돌려받지만, 현재 주식 가격과 동떨어진 저렴한 가격으로 주식을 인수하기 때문입니다.
위의 예시에서는 1억 원 어치 등으로만 표현했지만, 실제로 공시자료를 확인해 보면 현재 주가보다 2-30% 이상 저렴하게 인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투자자가 큰 폭의 할인을 받고 주식을 인수하는 셈입니다.
주가가 계속 오르는 분위기에서는 약간의 전환사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느정도 고점에 도달한 분위기에서 전환사채 청구는 상당히 악재로 작용합니다. 왜냐하면 해당 주식을 빠르게 매도하여 현금화하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CB 전환 공시를 보면 해당 주식의 전환가격과 시장에서 매도할 수 있는 날짜까지 명시가 됩니다. 회사의 미래가 불안할 경우에는 CB, BW 물량이 풀리기 전부터 투자자들이 매도하기 시작하며 주가의 하방 랠리가 시작되기도 합니다. 물론 회사의 미래가 좋을 때에는 그런 공시가 끼치는 영향은 미미합니다.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일반 개미투자자들에게 전환사채는 대부분 악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전환사채에 있어서도 분명히 좋은 조건들이나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전환사채라는 말에 너무 겁먹지 말고 사업보고서나 발행내용 등을 꼭 체크해보아야 합니다.
참고로, 전환사채의 발행조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들어갑니다.
- 해당 전환사채의 만기일
- 전환 가능 기간 (ex. 발행일로부터 1년 이후부터 주식으로 전환 가능하다는 내용 등이 명시됨)
- 표면금리 (만기까지 지급되는 이자)
- 만기 보장 수익률 -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고 있을 때의 수익률로, 표면금리와 별도의 가산금이 포함된다.
- 전환가격 - 해당 채권금액을 주식으로 전환할 때, 계산될 주당 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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