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어디까지 갈까? 10만 전자 가능성
주식 시세를 예측하는 것은 생각보다 의미가 없습니다. 시세라는 것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본 법칙을 따르긴 하지만, 이게 100% 적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 시장 분위기가 좋은 상태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10만 원까지 예측하는 전망들이 등장하며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과연 삼성전자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9만 원에 도착한 삼성전자, 이거 무슨 일이죠?

추석 직전 10월 2일, 삼성전자는 개별 주가 9만 원, 시총 600조에 도달하였습니다. 코로나 당시(2020년 무렵)와 2024년 7월 이후 약 1년 만입니다.
삼성전자가 9만 원에 도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에 앞서 왜 그전에는 5만 원까지 내려간 걸까요?
코로나에 따른 비대면 작업을 위한 엄청난 PC 수요는 전세계 반도체 수요 폭증을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전기차와 같은 수많은 '전자제품'들의 반도체 수요까지 포함하자 반도체 업체들은 엄청난 호황을 맞이했죠.
코로나 시기 삼성전자가 끝간데 없이 올랐던 이유는 이처럼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삼성과 하이닉스는 빠르게 시설 확장을 이어가며 수요를 따라잡았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게 된 이유는 이 과정에서 조금씩 생긴 균열 때문이었습니다.
삼성전자 자체의 수율 문제
사람들이 반도체에 대해 잘 모르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반도체가 마치 기계처럼 조립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죠. 그러나 반도체는 부품을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찍어내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반도체 설계도를 두고 재료들을 부어놓은 뒤 붕어빵처럼 찍어내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점차 정교해지면서 '나노'단위의 공정으로 변화하였다는 데 있습니다.
나노 단위로 공정이 들어간다는 말은, 오류마저도 나노 단위에서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나노 단위는 사람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죠. 이 말은, 반도체를 찍어내는 중간과정에서 수정을 할 수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오류를 확인하는 방법은 결국 '사후 테스트'밖에 없습니다. 나온 제품에 신호를 넣어보고, 예상대로 잘 나오면 되는 식이죠.
그래서 똑같이 반도체를 찍어내도 일부는 불합격품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때 나오는 개념이 바로 '수율'이라는 것입니다. 100개를 찍었는데, 그중에서 80개가 살았다면 수율이 80%라고 하는 것이고, 99개가 살았다면 99%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삼성전자 반도체의 수율이 30% 단위로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이 최대 20% 정도를 육박했지만, 반도체 수율이 30%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돌 무렵에는 이익률이 2%대까지 곤두박질칩니다.
삼성전자 경영진의 문제
반도체 수율이 30%가 나오게 되자 삼성전자에 대한 의문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선대 경영진과 다른 행보를 지적하는 경우도 있고, 새로운 공정 자체의 문제로 보기도 하지만 결국 귀결되는 것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 경영진의 문제였죠.
방금 언급한 수율의 문제가 한 번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삼성 경영진의 누적된 문제들이 터져 나온 결과물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기술 자체의 문제라면 경쟁사인 TSMC나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TSMC와 하이닉스는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적용하여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에는 하이닉스가 급작스럽게 위기를 맞이했었지만, 오히려 하이닉스는 이를 잘 해결하고 나가는 반면, 삼성은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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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 삼성전자가 오르는 이유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맞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다시 오르고 있는 이유는 결국 글로벌 AI 시장 때문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사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 수율개선이 완전히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말 그대로 '어쩔 수가 없이' 같이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AI 시장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그래픽카드나 다양한 반도체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TSMC와 하이닉스가 모든 메모리를 생산할 수는 없는 상태에서, 삼성전자도 열심히 달리고 있는 중이죠.
최근 수율문제도 많이 개선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면서, 이러한 반도체를 찾는 퀄컴, 엔비디아, 테슬라 등의 계약이 조금씩 성사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수요와 공급' 때문에 주가가 폭등했지만, 회사 자체의 실력이 부족하여 주가는 하락하였습니다. 리스크는 아직 해소되지 않았지만, 전 세계적인 시장 변화가 삼성전자 주가를 강제로 견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요약을 보고 나면, 그럼 바로 다음 본론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10만 전자 가능할까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사실 여전히 삼성전자의 수율문제로는 10만 전자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수율을 회복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이 무너진 상황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10 만전자가 가능할 것 같다는 말을 쓰는 이유는 바로 'AI' 때문입니다.
최근 삼성은 TRM 모델이라는 것을 조용히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델이 AI의 판을 바꾸었다는 보도를 함께 하기도 합니다. (해당 논문은 위 링크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TRM 모델이라는 것은 경량화 AI 모델이면서, 사고방식을 '재귀적 사고'라는 형태로 변경시킨 모델입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현재 방식에서는 더 적은 데이터를 쓰면서도, 더 정확한 결과를 내놓는 모델을 만든 셈입니다.
이걸 조금 과장되게 설명하자면, 개인 컴퓨터에서 고사양의 그래픽카드가 없이도 돌아가는 로컬 AI모델을 운용하거나, 자동차 내부의 컴퓨터로도 AI모델을 운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연결한다면 가정용 가전이 스스로 AI모델을 운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린 셈입니다.
조용히 논문으로만 발표한 글이지만, 삼성전자에서 이러한 연구가 나왔다는 것이 매우 고무적입니다. 어쩌면 이 재료 하나만으로도 삼성전자는 'AI회사'로 변화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이제 막 600조에 도달한 삼성전자지만, 만약 AI 회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면 삼성전자의 적절한 시총은 어디일까요?
어쩌면 삼성은 의외의 자리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삼성전자,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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