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투자할 때 나도 모르게 새는 돈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퀀트투자를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슬리피지의 개념을 알아보자.
퀀트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나름 괜찮은 서비스들을 만드는 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업체들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특정 업체를 추천하진 않겠다.
다만, 이러한 업체를 선택하기에 앞서 사용자 본인도 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퀀트투자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전 글에서 다루었던 내용이 아주 간단한 개념소개였다면, 이번 글에서는 매우 중요한 개념인 슬리피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슬리피지란 무엇인가? 투자에서 새는 돈!
퀀트는 아닌, 권투로 세계를 제패했던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Mike Tyson). 그의 어록이라고 알려진 "누구에게나 계획은 있지, 쳐 맞기 전까진 말이야"(Everyone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라는 말은 퀀트투자의 세계도 적용해야 할 아주 중요한 말이다.
슬리피지(Slippage)라는 개념은 '주문으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손실'을 말한다.
당신이 퀀트로 적당한 투자전략을 세웠고, 이에 따라 투자를 시도한다고 할 때 어느 순간 당신의 턱에 꽂히는 펀치가 바로 슬리피지다.
슬리피지의 발생 원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 시장가로 매수/매도하는 주문하게 되는 경우
내가 계산해 둔 주문량을 완성시키기 위해 시장가로 매수/매도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럴 때에는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기 쉽다.
내가 매수/매도해야 하는 양이 500주고 퀀트투자 분석 상, 주문해야 할 가격에 도달했지만 매수/매도 주문이 충분히 없다면, 결국 조금 위나 아래의 호가로 던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때에는 결국 약간의 슬리피지가 발생하게 된다.
2. 목표 수량을 다 채우지 못할 때
퀀트 분석 상 매입해야 하는 주문금액을 완성하려고 하는데 목표량을 채우지 못할 때다. 위와 같은 시장가 주문을 방지하고자 지정가 주문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가격에 도달하지 못하여 주문이 체결되지 않는 경우다.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첫 번째의 사례를 양의 슬리피지라고 표현하자면, 충분한 이익을 내지 못하는 '손실'을 주는 두 번째의 사례를 음의 슬리피지라 표현할 수 있겠다.
이 두 가지 모두 퀀트 투자에서 고려해야 할 슬리피지다.
슬리피지가 잘 발생하는 상황
이러한 슬리피지가 가장 잘 발생하는 상황은 어떤 상황일까? 이 상황을 조금 고려한다면, 슬리피지의 영향을 더 줄일 수도 있다.
1. '거래량이 적은 주식'을 거래할 경우.
퀀트방법을 도입하여 종목을 서치 할 때 거래량으로 스크리닝 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투자하는 금액에 비례한 거래량이 충분히 있어야 슬리피지를 줄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시총이 작은 주식은 거래량도 작다.
물론 한 주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커도, 거래량은 적다. 한 주 당 47만 8천 달러에 육박하는 버크셔 헤서웨이 Class A(BRK.A) 같은 극단적인 케이스는 제외하자.
하루 거래량이 10억 인 종목 A와 1,000억 인 종목 B에 알맞은 투자의 사이즈가 있는 법이다. 같은 1천만 원을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종목 A에서는 슬리피지를 더 많이 고려하여 전략을 적용해야 할 것이고 종목 B에서는 슬리피지를 거의 무시해도 될 것이다.
2. 운용 금액이 적은데, 단기 트레이딩을 할 경우
거래 1-2일 내에 모든 포지션을 정리하는 단기 트레이딩을 진행할 경우, 단기 트레이딩을 통한 수익이 의미 있는 볼륨이 되지 못할 때 슬리피지의 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즉, 개인이 퀀트투자를 하면서 슬리피지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자신에게 의미 있는 거래량을 분석지표에 포함시켜야 한다.
- 운용 금액이 적다면, 중장기 트레이딩의 형태로 '매수/매도'를 분할하여 확장하는 것이다.
슬리피지의 영향력이 대체 얼마나 크길래? 당신 생각보다 크다.
슬리피지의 영향이 대체 어느 정도라길래 이걸 고려해야 한다는 것일까? 이것 역시 퀀트로 계산해 보면 답이 나온다.
우리나라 주식 한 호가의 단위는 약 0.3% 내외가 된다.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면서 하루에 한 호가씩 슬리피지가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매일 0.6% 정도의 추가 손실이 발생하게 되고, 20 거래일이라면 약 12% 까지 누적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한 달에 아무 생각 없이 12%의 손실이 생긴다면, 감당할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단기 트레이딩을 할 경우에는 이 슬리피지의 영향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연구 논문에 따르면 장기거래로 가면 갈수록, 슬리피지는 의미가 없다고는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관 투자자들이 프로그램 매수/매도로 포지션에 진입할 때 시장가로 매물을 긁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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