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역사는 계속 반복된다고 한다. 그래서 주식투자를 위해 과거 역사를 다시 살펴보고 있다. 과거의 역사에서 흥미로운 내용이 있어 이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수에즈 운하 개통 전까지 - 범선의 속도전쟁
대항해시대로 알려져 있는 15세기 무렵, 유럽 국가들은 인도의 향신료를 대량으로 구하기 위해 바닷길을 개척하고 있었다. 유럽에서 인도까지 가는 길을 찾기 위해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서 이동하는 희망봉 루트 외에 다른 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래서 이때 콜럼버스가 스페인 여왕 이사벨 1세의 투자를 받고 서쪽으로 이동하여 신대륙을 발견한다.
신대륙에서는 인도와 같은 향신료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부가가치를 창출할 자원(향신료)을 공급할 곳은 인도 뿐이었다. 여러 차례에 거쳐 항로를 개발하였지만 결국 현재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희망봉'을 지나서 인도로 향하는 희망봉 루트가 최적의 길임을 알아낸다.
희망봉 루트는 유럽에서 인도에 이르는 최적의 항해 루트임에도 불구하고 약 22,000km에 달한다. 이 때문에 중요한 물류이동 수단이었던 선박은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된다. 바람을 이용하여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범선은 점차 개량을 거듭하며 클리퍼의 형태로 최종 진화한다. 인도와 아시아에서 실은 물자를 최대한 빠르게 유럽으로 이동시키기 위해서였다.
수에즈 운하 개통 후 - 범선의 퇴장
1869년 완공된 수에즈 운하는 유럽과 아시아의 무역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희망봉 루트가 약 22,000km였지만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면 약 12,500km로 40%가량 이동 거리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속도가 빠른 클리퍼 범선이 수에즈 운하를 이용할 수 있었다면 별 문제가 없었겠지만, 문제는 바람을 이용해서 움직이는 범선이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수에즈 운하가 완공된 1860년대 존재하던 증기선의 기능은 클리퍼 범선에 미치지 못하였다. 하지만 느린 속도 대신 바람이 없어도 이동할 수 있었고, 항속 운항으로 거의 정확한 일정에 따라 움직일 수가 있었다.
희망봉 루트밖에 이용할 수 없는 클리퍼 범선이 평속 16노트(약 30km/h)로 제 아무리 빠르게 간다고 하더라도, 40%이상 거리가 줄어든 수에즈 운하 루트를 통해 이동하는 증기선을 이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유럽 물류이동 선박에서 고속 클리퍼 범선은 순식간에 퇴출되고 만다. 기능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변화한 인프라를 확실하게 활용할 수 있는 증기선으로 물류이동 수단이 변화한 것이다.
범선의 퇴장에는 내연기관의 발달도 한 몫을 했다. 1800년대 후반부터 증기기관의 효율이 좋아지기 시작하였고, 엔진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범선이 다시 돌아올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열릴 새로운 시대 - 전기차, 수소차, 대체에너지
범선의 퇴장을 보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 바로 비화석연료 차량이다. 클리퍼 범선은 퇴출되던 당시까지만 해도 당대 최고 기술을 동원하여 발전시켜 나가던 '과학의 총아'였다. 하지만 1869년 개통된 수에즈 운하는 약 300년간 지속되어 왔던 범선이라는 시스템을 10년 만에 퇴출시켜 버렸다. (클리퍼 범선은 1880년 이후 건조가 중단되었고, 2000년에서야 특수 목적으로 건조되었다.)
20세기와 21세기는 휘발유와 디젤을 사용하는 연료엔진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기계가 화석연료로 움직이고 있으며, 그 효율 또한 계속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친환경 정책으로 인해 빠르게 대체에너지 차량이 보급되고 있다.
휘발유, 디젤엔진 차량도 클리퍼 범선과 같이 순식간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진 것일까?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친환경 정책은 사람들을 움직일 이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수에즈 운하의 개발은 무역거리를 단축이라는 경제적 이익과 더불어 유럽 중심의 경제를 유지한다는 정책적인 선택이 결합되어 있었다. 하지만 현재 친환경 정책은 이를 따를 때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려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수 많은 시장참여자들이 대체에너지 차량을 선택할 때 얻는 경제적 이익이 급격하게 커질 때 엔진기관의 퇴출은 순식간에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 트리거가 될 계기가 나타날 때가 진정으로 전기/수소차 개발업체에 투자할 적기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전기차나 수소차를 선택함으로서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이 커질 수 있을까? 현재의 핵심은 '연료' 즉, 전지에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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