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트 투자에 관심을 하는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점은 바로 '감정'을 배제한다는 기계적 투자방식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퀀트 투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다 보면 느끼게 되는 점은 퀀트가 반드시 인간의 감정과 대척점을 이루는 것은 아니란 점이다. 즉, 퀀트 투자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욕심'일뿐이지, 인간의 감정과 직관은 매우 좋은 투자의 자산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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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트투자를 이해하기 좋은 입문서 -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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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은 훈련을 통해 키울 수 있다.
엄청난 수익률을 거둔 투자자들이나,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체험담을 보면 그들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과연 그런 통찰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냥 어느 날 뿅 하고 나타나는 것일까? 아니면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일까?
병아리를 보고 암놈인지 숫놈인지 확인하는 '병아리 감별사'는 생각보다 독특한 직업이다. 새로 태어난 병아리 중에서 알을 낳을 수 없는 수놈들을 빠르게 골라내는 것이 바로 감별사들의 역할이다. 이들의 연봉은 약 7천만 원에서 1억에 이른다고 하지만, 매일 강도 높은 감별 업무를 보아야 하기 때문에 점차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조류의 경우에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생식기관을 육안으로 보고 암수를 구별하기 어렵다. 그래서 보통은 암수를 벼슬과 같은 성징을 통해 구분해야 하지만, 양계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평아리들을 최대한 어릴 때 없애야 하는 상황이다. 어린 병아리의 항문 주변만을 보고 암수를 구분해 내야 하는데, 사실 사람도 이걸 보고 구분하기 어렵다고 한다. 병아리 감별사들은 그럼 이를 구분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일까?
엄밀하게 말해서, 이 구분에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선임자와 함께 반복 훈련을 통해 '암수'를 본능적으로 구분하는 단계까지 진행한다고 한다.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암수'를 그냥 '감으로' 분류한다.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감별사의 정확도는 놀랍게도 98%에 이른다. 시간당 600마리 정도를 분류하면서, 10마리 정도의 실수 밖에 없는 수준이다.
한국인들이 이 분야에서 꽤나 손재주가 있다고 알려져 있고, 스티븐 연의 영화 '미나리'에서도 이 직업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 98% 이상의 정확도가 놀라운 이유는 감별사들도 '이게 숫놈입니다' 라는 특징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이 놀라운 정확도가 그저 반복된 훈련을 통해 예리해진 직감의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위대한 투자자들의 통찰력도 훈련을 통해 결국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훈련으로 성공에 이른 트레이더 커티스 페이스
1980년대에 "교육을 통해 '뛰어난 투자자'를 만들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터틀 트레이더'들이 있었다. 이들의 투자 방식이 '터틀'이라는 단어로 유명해지기도 했고, 투자자들 사이에선 고유명사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터틀'의 원년 멤버였던 '커티스 페이스'는 1,00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우수한 트레이더'를 입증한 증인이기도 하다. 그는 이 경험을 책으로 저술하면서 트레이닝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좋은 경험이 반복된다면 당연히 우수한 투자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일반인인 우리들도 '좋은 경험'을 반복한다면 우수한 투자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좋은 경험'은 무엇일까? 그의 책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행동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경험이 적은 트레이더는 대개 전문가가 알려주는 특정한 거래방법에 의지한다. (중략) 그 방법이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거나, 투자 모델을 만들어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중략) 이 투자의 방법이 '왜 필요한지'가 아니라, '무엇인지'에 대해서만 배우려고 한다.
그가 경고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방법을 '무지성'으로 가져오는 행동을 말한다. 우리가 쉽게 '근의 공식'을 통해 방정식의 해를 구할 수는 있지만, '근의 공식'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아야 이것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투자방식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커티스 페이스가 말하는 '좋은 경험'이란 우리의 뇌에 제대로 된 휴리스틱(Heuristics)을 구축하는 경험들을 말한다. 트레이딩이라는 활동에 불필요한 휴리스틱이 발동하는 경험은 자신의 오류를 계속 반복되게 만들지만, 그 반대로 트레이딩에 도움이 되는 경험들을 반복한다면 새로운 휴리스틱이 구축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 여러 책이나 유튜브 등에서 많이 나온 '손실 회피'라는 인간의 성향이 있다. 이익을 얻는 것보다, 손실을 줄이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되는 경향을 말한다. 일상 생활에서 이런 '손실 회피'에 대해 보정할 기회가 없이 계속 트레이딩을 반복하게 되면 '본격적으로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도 주식을 팔아버리는' 일들이 왕왕 벌어진다.
직감을 발달시킬 수 있는 제대로 된 휴리스틱을 구축하자
결국 제대로 된 직감을 쌓아가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휴리스틱을 구축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이를 구축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것은 유명한 투자자의 거래를 실시간으로 보고 배우는 것이다. 마치 병아리 감별사처럼. 이런 시간이 누적되기 시작하면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마치 AI처럼 판단이 되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투자자의 거래 과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이 한계다.
그렇다면, 그 다음의 방법은 마치 '근의 공식'을 유도하는 과정처럼 트레이딩의 원리를 하나씩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 있어서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즉, 트레이딩의 원리를 구축한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이 원리를 만들었는지 탐구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커티스 페이스는 그의 책에서 리버모어의 '거래의 세계는 변하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도 마찬가지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트레이닝이 있다면 트레이딩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퀀트 투자에 있어서 우리가 제거해야 하는 것은 그저 '욕심'과 같은 감정이 아니다. 바로, 인간 본성에 구축되어 있는 불필요한 휴리스틱들이다. 이러한 감정들을 제거해 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조금 더 나은 투자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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