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104주년을 맞이하여 대통령이 참석하는 기념식이 있었다. 삼일절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잘 알다시피 일제에 대한 평화적 저항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일본과의 관계가 있다 보니 일본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도, 부정적인 메시지도 언급하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번 기념식에는 일본에 대해 '협력자'의 관계를 천명하는 대통령 담화가 있었다.
3·1 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협력 파트너로 변했다.
한일관계의 협력이 향하는 방향은 어디일까? 미래 투자 전략에 있어서 이 담화를 통해 생각해보아야 할 정치적 맥락을 짚어본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모두 알다시피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식민지 경험이 있다 보니 한일관계는 경쟁관계에 가까운 불편함이 존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식민지 경험으로 인하여 한국과 일본 간의 밀접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분명 한국의 많은 시스템이 일본의 것을 차용하여 발전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간단히 '애증의 관계'라고 보는게 좋을 듯하다. 분명 서로 간에 유사점도 많지만, 위안부 문제 등 해결하지 못한 과거사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서로 미워하는,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협력에 따른 더 큰 이익이 있거나, 외부적인 위협이 있어야 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이 두 가지가 모두 발생하는 상황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바로 미국, 중국, 그리고 북한이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
미국은 구 소련(현 러시아)과 중국을 경계한다. 특히나 공산주의라는 이념적 정향이 다른 강대국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최근 중국의 경제적 부상으로 인해 경계대상 1호는 중국, 다음은 러시아, 그다음은 통제할 수 없는 북한으로 보고 있다.
이런 경계대상에 대해서 미국은 단독으로 이들을 상대할 수 없기 때문에 지역적 동맹을 구축하는 방안으로 노력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은 한국-일본-호주 동맹라인을 통해서 경계하고, 러시아는 나토(NATO)를 통해서 경계하는 것이다.
미국 행정부의 이름으로 발간되는 국가안보전략을 보면 미국의 정책방향을 볼 수 있다. 예전 글에 소개했다시피, 미국은 중국을 가장 위험한 적으로 인식을 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파트너를 후원하고 있다.
국가안보전략 읽어보기 - 2022년판 미국 국가안보전략으로 보는 경제전망
미국은 지금까지 태평양의 주요 파트너국을 호주-일본으로 설정하였다. 하지만 2022년부터는 한국에 대해서 중요한 파트너의 지위를 부여하면서도 한국의 자체적 판단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과 중국 간의 경제적 협력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정치적 상황에 집중했던 트럼프 행정부를 제외하고 미국 정부들이 지속적으로 던져온 메시지는 바로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었다. "과거사 문제는 모르겠고, 두 나라가 협력해라"라는 것이 주요 메시지였다. 그래서 언제나 미국 대통령들은 일본을 먼저 방문했었고, 일본의 의견을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로 인하여 한국과 중국 간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미국에게는 새로운 골칫거리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만에 하나,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좋아진다면 한국-북한-중국, 거기다 러시아까지 연결되면서 동북아시아 지역으로 진입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 미국이 제시할 수 있는 전략은 한국에게 당근을 제공하면서도, 중국과 적당히 거리를 두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미국이 제공하는 당근은 반도체 산업 등에서 점차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도 미국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에서 한국기업에 상당히 많은 특혜가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의 협력자 관계 구축 - 그 결과는 미국에서 나타날 것
오늘 삼일절 대통령 담화에서 일본에 대한 이야기는 간단히, '협력 파트너'라고 요약할 수 있다. 어쩌면 대통령이 삼일절 기념사로 일본과의 협력을 이야기한다는 점은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삼일절 대통령 담화는 일본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아니라 미국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로 보인다. 바로 '기브 앤 테이크'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특혜를 제공하는 만큼, 미국이 원하는 스텝을 진행해주는 것이 기본적인 관계다. 일본과의 협력을 천명하고 이에 대해 진행을 하기 시작한다면, 오히려 미국이 한국 기업에 제공하는 특혜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번 대통령 담화를 통해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일본과의 관계 강화'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과의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보며 관련 주식을 서치 해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 담화로 인해 더욱 발전할 한미관계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즉, 이 담화로 인해 가장 성장할 부분은 바로 미국으로 진출 중인 '한국 반도체, 2차 전지 관련 주식'으로 전망된다.
일본과의 관계가 좋아지는데 왜 미국에서 결과가 좋은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미국의 안보문서를 한번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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