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블로그에서도 꾸준하게 이야기하는 바가 바로 대주주 조건 상향에 대한 이야기다. 이미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12월 한국시장은 항상 '검은 12월'로 알려져 있다. 바로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매도 일변도로 달리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공약대로 이를 상향하겠다고 논의 중이라는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지난 글 읽어보기
주식용어 '검은 월요일', '검은 12월' 등 '검은 날'의 유래는?
대주주 양도세 기준일이 다가오면 개인은 미친듯이 판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일을 전후로 주식시장을 보면 코스피, 코스닥 모두 미친 듯이 매도를 한다. 2022년 말에는 단 이틀 동안 개인투자자가 2조 5천억 어치를 매도하였다. 물론 이 매도물량은 기관과 외국인이 가져갔다.
이틀간은 거대한 폭탄처럼 물량을 던지지만, 12월 한 달로 지켜봐도 계속 물량을 줄여나간다. 그 이유는 당연히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서다. 대주주에게 부과하는 양도세의 기준을 12월 종가기준 단일 종목 10억 원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10억 원은 물론 큰 돈이다. 하지만 이것을 '액수'로 정해버렸기 때문에 시장의 어정쩡한 매도폭탄이 터져버리는 것이다.
주식을 조금만 공부해보면 알겠지만, 한 회사의 '대주주'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보통 해당 회사의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주식을 분할하여 회사를 '분할소유' 한다는 기본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주주의 기준을 '주식 보유비율'이 아니라 '주식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바람에 어처구니없는 검은 12월이 탄생하고 만다.
현재 삼성바이로직스의 경우 1주당 70만원대에 상장주식수는 약 7100만 주에 시총은 약 50조 원이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에 해당하는 10억 원이면 약 1428주가량이며, 전체 지분의 0.002%에 불과하다. 현재 삼성물산 등이 보유하고 있는 74%(약 5300만 주)나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5.6%(약 400만 주)에 영향을 줄 수도 없는 물량이다.
대주주 기준이 '금액'이 되어버리면 나타나는 문제점
대주주의 기준이 현행대로 '금액'이 되어버리면 나타나는 문제점이 무엇일까?
예를 들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시가총액이 큰 기업'에는 주주로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없어진다. 이는 소위 말하는 '주주'가 아닌 '오너'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강화시켜버린다.
회사를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할 경우, 보유지분이 51%가 넘는 쪽이 사실상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주식을 적게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우호지분'으로 확보하거나,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수많은 밑작업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10억 이상 해당 종목을 보유하는 사람을 '대주주'로 분류해 버리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이를 많이 보유할 이유가 없어진다.
즉, 회사 입장에서는 10억 이상 보유하는 개인투자자가 없기 때문에 더 많은 물량을 거래하는 기관의 요구만 적당히 들어주고 넘어가게 된다. 문제는 '국민연금' 등이 배당을 늘리라는 등의 요구를 하게 되면 회사에 대한 '정부개입'이 되기 때문에 기관 들은 대부분 회사 운영의 치명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들은 무얼 노리게 되는 걸까? 결국 시세차익 정도만 노리는 투자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투자는 장기적으로 소모적인 '도박판'이 된다는 결과를 도출한다. 왜냐하면 시세차익밖에 없는 투자시장은 먼저 투자한 투자자가 다음 투자자에게 '비싸게 팔아야만' 빠져나갈 수 있는 가두리 양식장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회사 운영진이 회사를 비양심적으로 운영한다는 내용까지 섞인다면? 결과는 거의 최악으로 치닫는다. '10억 대주주'라는 조건이 결국 소액주주를 분산시켜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강화시키는 원인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무슨 의미일까? 좋은 뜻인지 나쁜 뜻인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무슨 의미일까? 좋은 뜻인지 나쁜 뜻인지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이 말은 대체 좋은 뜻일까, 나쁜 뜻일까? 대충 내용들을 읽어보면 막연히 나쁜 뜻으로 쓰인다는 것은 알겠는데 정확
hellyeah.tistory.com
대주주 기준은 무조건 '주식 수'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앞서 말한 삼성바이오로직스 1428주를 들고 있는 사람을 떠올려보자. 물론 한 종목에 10억 이상을 가지고 있으므로, 개인주식투자자 치고는 큰 규모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겨우 0.002%의 지분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른 주주들처럼 '호재'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주주에 불과하다.
물론 시총이 작은 회사의 경우에는 10억이라는 금액이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지분율이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해당 주주의 입김이 직접 작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대주주 기준은 무조건 '주식 수'로 보아야 한다. 안 그래도 한국 시장의 낮은 배당성향과 단타에만 집중된 투자방식이 시장을 '박스권'에 갇히도록 하고 있는데, 대주주 양도세 기준은 이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대주주를 10억으로 처리해 주면 너무나도 좋다. 10억 대주주 기준은 유동주식을 분산시켜서 방해되는 목소리로 통합하기 어렵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대주주 양도세'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기관이나 금융사 등은 별도로 만나서 '마사지'만 해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대주주 기준을 30억으로 올리는 것을 고려한다는 뉴스가 돌고 있다. 이 뉴스가 좋다고 떠들게 아니라, 대주주 기준 자체를 '주식 수'로만 일원화시키는 게 무엇보다 당연한 사항이 아닐까. 그 외의 투자목적 자금들이 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리고 여기에 M&A 나, 경영참여 등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도 마음 놓고 들어올 수 있도록 오픈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