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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지금 ABCP - 자산유동화기업어음 사태를 알아보자

by 중계붕어 2022.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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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제관련 기사를 도배하고 있는 ABCP - Asset-Backed Commercial Paper (자산유동화기업어음)에 대해 쉽게 풀어보려고 한다.

 

용어에서 느껴지듯, ABCP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음'이다.

회사가 나중에 돈을 주겠다고 주는 '외상 증서'가 바로 어음인데,

통상적으로 수표와 같은 형태로 상대(투자자/채권자)에게 전달이 된다.

이 어음은 '채권'과 마찬가지로 거래된다.

즉, '채권할인'과 같은 개념으로 '어음할인'을 받아서 이를 처분할 수 있다.

또는, 어음 만기 시점에 이 어음을 가지고 회사를 찾아가서 받을 수도 있다.

 

결국 이 어음은 '상품권' 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백화점 상품권 등을 사려고 할인매장을 방문해보면 대략의 시세가 있다.

가장 매장이 많고, 사용범위가 넓은 '롯데 상품권'이나 '신세계 상품권'의 경우에는 액면가에 가깝게 살 수 있다.

그러나, 매장이 적고 사용하기가 어려운 특정 브랜드 상품권의 경우에는 액면가 보다 싸게 살 수 있다.

어음도 이와 마찬가지로, '탄탄한 회사'의 어음은 할인폭도 적고, '부실한 회사'의 어음은 할인폭도 크다.

'탄탄한 회사'의 어음은 이자율도 낮고, '부실한 회사'의 어음은 이자율도 높아진다.

 

이러한 어음을 단순히 회사의 신용도로만 발행하는 게 아니라

매출채권 (장사를 시작하면 나오는 매출액을 담보하는 것) 등을 기초로 해서 발행하는 것이 ABCP다.

만약 매출채권을 담보로 발행된 ABCP라고 한다면 어음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

어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해당 사업장의 매출액에서 그냥 받기로 한 돈을 가져갈 수 있는 셈이다.

 

지금 금융뉴스를 뒤덮는 레고랜드 ABCP가 굉장히 어려운 단어처럼 보이지만

이 일련의 레고랜드 ABCP 발행의 핵심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1) 레고랜드를 짓기 위한 돈을 빌려주십시오.

  2)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할까봐 불안하십니까?

  3) 미래 레고랜드 매출/자산 등을 담보로 맡깁니다. (물론, 정확한 해당 계약사항은 알 수 없다.)

  4) 그래도 불안하신가요? 강원도 지방정부가 보증합니다.

이러한 내용으로 볼 수 있다.

강원도 지방정부가 보증인으로 서 있단 뜻은 결국 신용평가사나 투자사의 입장에서,

'이거 빵꾸나도, 최소 강원도 세금으로라도 메꾸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어음에 대해서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1등급이 매겨졌던 것이다.

 

중간에 레고랜드 개발이 난항을 겪었던 부분은 강원도의 이자부담을 가져다 주긴 했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된 부분은 바로 위의 4)번 항목에서 '강원도 지방정부'의 수장이 선거로 바뀌어버렸단 것이다.

특히나 전 강원도지사와 현 강원도지사의 정당까지도 달라져버렸기 때문에,

이 어음의 상환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게 되어버렸다.

 

사실 이번 레고랜드 ABCP의 발행 과정에서 강원도의 선언은 채권의 신용도를 완전히 바꿔버리는 행위가 되었다.

이로 인해 다른 기업어음들 뿐만 아니라, 큰 돈이 오가는 채권시장에서도 물음표가 크게 떠 버린 것이다.

 

지난 2011년 8월, 미국 스탠다드 앤 푸어스(S&P)라는 미국 신용평가회사가

미국의 국채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등급 내린 일이 있었다.

미국 정부에 빌려준 돈을 떼어먹힌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을까?

아마 미국이 직접 타격을 받는 전쟁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거의 없다.

AAA 등급이 상징하는 바는 이와 같은 힘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등급이 뚝 떨어졌을 때,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그 당시 일주일 동안 벌어진 일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1) 미국 국채 등급이 하락했다고?

  2) 그럼 다른 나라 국채 등급은? (더 내려!)

  3) 미국에 있는 회사들 채권 등급은? (야 그럼 더 내려야지!)

  4) 다른 나라에 있는 회사 채권 등급은? (다 던져라!!)

이런 연쇄효과가 연속적으로 벌어지면서 코스피 기준으로

2011년 8월 1일부터 8월 9일까지 단 8일 만에 2,172 포인트에서 1684.68 포인트까지 그냥 수직낙하를 해버렸다.

 

2011년 미국 신용강등 사태 당시 코스피

1997년 IMF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단기적인 임팩트가 너무나도 컸었다.

 

지금 레고랜드 ABCP가 이런 꼴을 초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즉, 가장 신뢰할만한 강원도 정부보증이 멈춰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그 다음 수준에 해당하는 여러 어음, 채권의 등급이 급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이도, 현재 정부에서 이와 관련한 내용을 보조하겠다고 발표를 하긴 했다.

정부가 더 큰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노력하려고 하고는 있지만,

강원도지사의 선택이 이러한 스노우볼이 될줄은..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오늘날의 정치는 경제와 너무나도 밀접하게 닿아있다.

그래서 더욱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 게 맞다.

이번 위기가 부디 잘 풀려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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