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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어음, 채권, 그리고 수표

by 중계붕어 2022.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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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ABCP 자산유동화기업어음 사태로 인하여 '어음'의 존재가 새삼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이 어음이라는 녀석이 이 블로그에서 종종 다루었던 '채권'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 살짝 애매한 부분이 있다.

'어음'과 '채권'의 차이는 대체 무엇일까?

 

우선 명칭에 대한 차이로, '어음'은 영어로 'Commercial Paper'의 약자인 'CP'라고 하고, '채권'은 'Bond'라고 한다.

 

세부적인 차이로는 발행을 위한 '법적인 절차'가 다르다.

채권의 경우에는 '증권거래법'에 의거하여 발행을 해야 하지만,

어음의 경우에는 발행해주는 은행만 있다면 비교적 자유롭게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그리고 대략 발행하는 기간이 다르다.

어음은 단기자금을 위해 사용하고, 채권은 비교적 장기자금을 위해 사용한다.

 

어음과 채권 둘 다 '돈을 빌리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지만

채권과 어음의 발행 성격은 조금 다른 경향이 있다.

 

채권의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ex) 굴지의 반도체 기업 A가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공장 라인을 신설하고자 한다.

 - 공사 기간은 약 1-2년 가량 걸리며, 자금은 2천억 원이 들어간다.

 - 자금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은행을 통한 대출에는 무리가 있어서 회사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2천억 원 채권을 발행한다.

 - 채권의 발행기간은 3년, 이자는 2% 등등 세부조건을 조절한다.

 - 증권사 B가 A 반도체 회사의 채권을 전담하여 판매 및 완판하여 2천억을 A회사에 전달한다.

 - 3년 뒤, A 반도체 회사는 채권을 가지고 온 사람들에게 2천억 및 이자를 지급한다. (만기일에 각 계좌로 송금)

 

어음의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ex) 신규공장이 완공된 반도체 기업 A가 제품 생산을 위해 재료 a, b, c를 B 공급사로부터 50억 어치 사 와야 한다.

 - 제품생산에는 한 달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먼저 재료 a, b, c를 받고자 한다.

 - 그러나 공장 신설 및 잔여 운전비용으로 현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B 공급사에게 세 달짜리 어음 50억을 준다.

 - B 공급사는 오래된 파트너인 A 기업의 어음을 받고 재료를 공급하였다.

 - 3개월 뒤, A 기업은 신제품 매출액으로 B공급사에 끊어준 어음을 결제하였다.

 

두 사례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채권과 어음에는 규모차이 및 기간의 차이가 있다.

채권의 경우에는 '필요한 만큼의 돈을 빌려주세요!' 라고 모집하는 형태인 반면에

어음의 경우에는 '외상증서를 작성하는' 느낌이 강하다.

둘 다 건전하게 마무리 된다면 회사의 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지만,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면 연쇄적인 문제들이 터져 나온다.

 

특히 '어음'의 경우에는 단기자금을 융통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 어음을 수령하는 상대회사의 경우에도 '여유자금이 넉넉하지 않을 수가 있다.

그래서 최악의 상황에서는 어음이 어음을 부르는 형국이 나올 수 있다.

1997년 IMF 위기 당시, 한국에서도 이러한 '어음 돌려막기'가 터지기 시작하면서 연쇄부도가 시작되기도 했다.

 

'어음'은 가만히 보면 상대방에게 결제할 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고액 수표'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일반인은 보통 '수표'라는 것이 그저 10만 원 이상의 금액을 전달하는 종이 정도로 알고 있지만,

'수표'의 본래 목적은 계좌에 있는 금액 중 '수표에 적힌 금액' 만큼을 보장한다는 상품권 같은 역할을 한다.

단순히 '고액을 전달한다'는 게 아니라, 발행한 은행에서 해당 금액을 보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A 기업의 계좌에 100억이 있다고 할 때, 수표 한 장에 '100억'을 작성하여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100억짜리 수표는 이미 은행이 보증하고 있기 때문에, '할인 없이' 100억을 받을 수 있다.

A 기업의 계좌에 10억이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신용도가 좋다면 어음으로 '100억'을 발행할 수도 있다.

이 100억짜리 어음은 회사의 신용도에 따라 할인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바로 현금으로 바꾸려면 100억을 받지 못한다.

 

정리하자면,

1. 어음과 채권은 둘 다 돈을 '빌리는 데 (차입금)' 사용하는 수단이다.

2. 어음은 수표처럼 사용할 수 있지만, 어음은 수표와 달리 액면 금액이 보장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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