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이 말은 대체 좋은 뜻일까, 나쁜 뜻일까? 대충 내용들을 읽어보면 막연히 나쁜 뜻으로 쓰인다는 것은 알겠는데 정확히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알아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의미: 기대가 할인되어 있다.
일상생활에서 디스카운트라는 단어는 보통 할인의 의미로 사용한다. 그래서 여행을 가서도 물건 값을 깎을 때 '디스카운트!'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은 그럼 당연히 '한국 할인'이란 뜻이 된다. 그럼 한국을 할인했으니까,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일까? 보통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용어는 '주식에 대한 기대(Expectation)'가 할인되어 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주식 시장에서 주식의 적정 가격은 보통 사람들의 '기대'와 실제 '가치'의 사이 어딘가에서 결정된다. 기대가 높아진다면 주식 가격은 올라가고, 그 기대가 낮아지면 주식 가격도 내려간다. 하지만 그 가격이 기업이 지니고 있는 가치(자본, 상품 등등)보다 조금은 더 위에 존재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PER과 PBR로 주식 가격의 적정함을 고민해보는 것이다.)
관련 글 읽어보기
PER, PBR, ROE 동시에 알아보기 - 대체 무슨 관계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이런 '기대'를 내려놓는 것을 말한다. 다른 나라 주식이었다면 오르겠지만, 한국이니까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은 좋은 의미도 아니고, 한국 주식이 더 오르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이런 기대를 내려놓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을 정리해 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북한 리스크, 방만한 경영과 정부의 합작,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들이 다음과 같다.
북한 리스크 (North Korea Issues)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1년에도 수 차례 벌어질 정도로 흔한 일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 전쟁에서 볼 수 있다시피 '미사일 도발'과 같은 행위는 바로 전쟁으로 이어지는 비상사태다.
한국인들에게는 흔한 일상이지만, 엄밀하게 한국은 휴전 중인 국가고 언제든지 전시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계 투자자금 역시 100%의 비중을 실을 수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전 세계 투자처에 투자자금을 배분하면서, 굳이 전쟁 리스크가 있는 국가에 많은 돈을 넣어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통일'은 한국 시장 재평가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물론 북한 채권 문제에 있어서는 또 다른 문제가 남아있기도 하다.
북한 채권은 누가 갚아야 하나? -> 통일만 기다리는 외국인들, 그건 다 채권 때문에?
방만한 경영과 정부의 합작
보통 친기업 언론보도를 자주 보는 사람들이라면 경제위기가 심각하고, 기업 규제가 많아서 기업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고 보는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정작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어나는 이유는 오너일가가 기업경영을 대충 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이를 받아주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경우가 크다.
오래전부터 한국 주식시장은 정부가 주도하여 이끌고 있었다. 초기 주식시장은 사실상 정부가 강제적으로 기업공개를 요구하여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후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기 시작하며 대기업들이 꽤나 재미를 보기 시작하였다.
자회사를 설립하고, 자회사로 일감을 몰아준 뒤 별도로 상장시켜서 수 십, 수 백 배의 시세차익을 챙기는 방법으로 주식시장의 자금을 계속 챙겨가고 있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최근 LG가 벌인 LG엔솔 상장이나, 카카오 계열사의 상장이 이러한 꼼수의 대표적인 케이스들이다. 참고로 LG는 한국 대기업 중에서 이러한 분할상장 같은 꼼수를 가장 많이 실행한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회사의 이익금을 오너만이 챙겨가고 주주들에게 전혀 환원하지 않았다. 배당은 하지 않은 채 오너 일가가 세운 비공개 회사에 일감을 주면서 자금을 모두 이동시켜 버리는 식이다.
분할상장이나, 무배당으로 인해 주식을 오래 가지고 있으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주주들의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다. 바로 가격만 보고 사고파는 '매매'만 하는 것이다.
많이 양보해서 회사 오너가 이런 방식으로 경영하는 것은 욕심 때문이라고 이해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방식을 계속 반복되게 만드는 시스템 운영자인 정부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지 않으면서 노조문제를 들먹이는 것은 사실 웃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
이뿐만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자리 잡는 이유가 바로 시장 자체에 대한 불신이다.
주식은 '한탕해 먹는 곳'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대증주 파동부터 시작하여 갖가지 문제들이 난무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투자라는 개념 자체가 희박하기 때문에 '테마성' 주식으로 어떻게든 가격을 끌어올리고 탈출하는 것이 일상인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역시 이 시장을 더 키우려는 발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 반짝 성장한 주식시장을 유지하지 못하고 바로 꼬꾸라지게 만든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본다.
정부는 주식시장은 불안정하고, 위험한 곳이라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큰돈을 넣는 곳이 아니라'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년 연말 대주주 조건에 대한 논의에 대해서도 별생각 없는 조건을 거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커지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가격은 올라간다. 이 상태에서 10억이라는 기준금액으로 대주주 요건을 정한다면 결국 그 이상의 자금은 불안하게 유지할 필요가 없다. '안정적'이라는 시장으로 돈을 옮겨가 버리면 그만이다. 대주주는 절대적인 지분율을 기준으로 해야 되지, 가격으로 결정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결정들이 나오는 이유를 종합해 보면 결국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정부 스스로가 주식시장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저 '쉬운 결정'만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결과: 계속되는 박스피의 오명
결국 이런 원인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 박스피다.
코스피 지수가 1000이었던 시절은 90년대 초반과 2000년대 초반이다. 그리고 2000을 처음 넘은 시점은 2007년 무렵이다. 그 이후로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상장된 기업의 숫자도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국민소득도 증가했으며, 삶의 질도 비교적 나아졌지만 코스피 지수는 2400 수준이다.
주식은 결국 '우상향 한다'라는 말이 한국에선 통하지 않는다. 박스권에 갇혀있는 수 십 년의 세월을 대변하는 말이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언제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을까?
최근 신성통상이 10년 만에 주주 배당을 시작했다. 톱텐(TOP10) 등의 브랜드를 지니고 있는 신성통상은 10년 만에 현금배당을 결정하였는데, 이마저도 소액주주들이 요구로 결정되었다. 신성통상의 주주 구성 중 약 78%는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의 개인회사 또는 관련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이렇게 배당을 하더라도 결국 대부분의 돈이 오너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배당을 했다는 사실'이 뉴스가 되는 것이 현실인 한국 주식시장이다. 박스피가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정말 요원한 일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