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11일 911 테러 당시의 기록 - 재벌집 막내아들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살펴보는 과거 주식시장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 진도준(송중기 배우)이 주식투자를 통해 부를 쌓는 과정이 나온다.

특히나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당시 엄청난 가격상승을 보였던 IT관련 주식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장면도 나오지만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자신의 고모인 진화영(김신록 배우)에게 1400억이라는 투자 손실을 안겨주며 타격을 입히기도 한다.

그녀의 연기력 ㄷㄷㄷ 김신록 배우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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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연타로, 자신을 노리는 둘째 큰아버지 진동기(조한철 배우)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자신의 미국 투자 포트폴리오를 엿보게 놔둔다.

진동기 부사장 (조한철 배우)

그리고서는 2001년 9월 초, 진도준은 모든 미국 투자자산을 현금화하라고 지시하지만 같은 회사의 동료들은 모두 어리둥절할 뿐이다.

 

그리고 2001년 9월 11일 운명의 날이 펼쳐진다. 한국시간으로 2001년 9월 11일 밤 11시 무렵 (뉴욕 시간 오전 9시) 비행기가 미국 무역의 상징이었던 '쌍둥이 빌딩(트레이드 타워)'에 충돌하며 무너져내려 버린 것이다.

911테러 당시 (연합뉴스)

진동기는 예상치 못한 테러로 인해 벌어진 한국 주식 폭락으로 한 방, 진도준의 포트폴리오를 몰래 따라 샀던 미국 주식 폭락으로 또 한 방을 맞는다. 그리고 이를 만회하고자 더 큰 폭락에 베팅하며 '풋옵션'을 산다. 하지만 911 테러 이전에 미국 주식을 모두 정리한 진도준이 한국에서 '바이 미라클 펀드'를 조성하여 주식시장을 끌어올리며 또 한 방 타격을 입는다. 사실상, 드라마 수준이면 거의 파산이다.

실제 9/11 시기에는 어떠했을까?

드라마와 별개로 9/11 테러 당시 벌어졌던 실제 상황은 다음과 같다.

1. 미국 주식시장은 6일간 정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에 위치했던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면서 월스트리트 전체가 패닉이었고, 이로 인해 미국 주식시장은 긴급조치로 6일간 운영이 중지되었다. 사실상 6일간 시장이 정지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2. 전 세계 시장은 수직낙하 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투자시장은 수직으로 곤두박질 친다. 한국의 경우에는 9월 12일 긴급조치로 낮 12시에 개장하여, 단 3시간 동안 운영된 주식시장에서 지수 -12%라는 엄청난 폭락을 보인다.

 

당시 KOSPI 가격등락폭 제한이 1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스피 종목 중 약 8-90%가 하한가를 맞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만약 지금과 같이 가격등락폭이 30%였던 시기라면 코스피 지수가 25% 하락했다는 느낌에 가깝다.

3. 주식 폭락의 원인 - 거의 3차대전 발발로 인식되었기 때문.

미국은 건국 이후 단 한 번도 본토타격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 때문에 전 세계의 충격이 어마어마했다. 2차 대전 당시 진주만 공습도 미국 땅인 '하와이'에 대한 공격이었지만 미국 본토와 거리가 있기 때문에 심리적 차이가 있었다.

 

즉, 9/11 테러 당시 상황으로는 이 공격 자체로 인해 사실상, 3차 대전이 시작되었다고 보면서 패닉셀이 이어졌던 것이다.

4. 주식시장 회복은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폭락한 주식시장은 빠르게 회복되었다. 미국의 대테러전쟁 준비와 연방준비은행의 금리하락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테러 발생 7개월 뒤, 코스피 지수가 465에서 940으로 100% 상승했다.

 

드라마처럼 하나의 '펀드'가 주식시장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했던게 아니라 IMF 조기상환 이후, 성장동력을 어느 정도 갖춘 상태에서 빠르게 회복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드라마 내용에 대한 몇 가지 태클

진동기 부회장의 무능한(?) 선택 

진동기 부회장이 '테러 여파가 어느 정도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순양증권 임원들은 "코스닥은 10~15, 코스피는 17로 예상한다"라고 하는데, 당시 코스닥은 상하한가가 12%였고, 코스피는 15프로였다.

 

즉, 모든 종목이 하한가로 직행할 때, 지수가 12프로, 15프로 하락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저 임원들의 대답이 1일차 쇼크라고 생각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임원들이 테러로 인해 향후 시장 하락을 장기적으로 예상한 것이라면 상당히 분석능력이 좋은 직원들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연결된 진동기 부회장의 대응이다. 최대 하락폭을 코스닥 10~15%, 코스피 17%로 예상하고 있었다면, 코스닥이 13-4%, 코스피 15% 선이 깨지기 시작하면 순양증권이 가지고 있는 모든 돈으로 쓸어 담아야 한다.

 

진동기는 가격변동이 큰 것부터 모두 팔아치우고, '폭락에 베팅하는 상품이니까' 라면서 '풋옵션'을 매수하라고 한다. '순양증권'에 해당하는 기관이 운영하는 '풋옵션'은 당연히 KOSPI200 선물 옵션이었을 것이다.

 

주식시장을 조금 공부해 보면 알겠지만, 기관이 운영하는 옵션은 보통 선물투자에 대한 헷징이다. 근데, 이 와중에 '풋옵션'을 매수하라고 한다면..? 선물 포지션도 조정해야 되는게 인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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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2001년 당시 옵션마감일은 9월 14일, 드라마 상으로 이틀 뒤였기 때문에 단순히 풋옵션 매수가 아니라, 9월물 선물 매도를 바로 치고, 9월물 옵션 풋옵션을 매수했으면 된다.

 

이러한 형태로 매매했다면 이틀 뒤에 나름 괜찮은 수익으로 마감했을 것이고, 그 뒤의 포지션은 앞서 임원들이 예측한 수치를 바탕으로 12월물 선물 매수량을 늘리고, 10월 콜옵션을 사두면 자동적으로 엄청난 이익을 냈을 것이다.

 

물론,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시스템을 잘 모르기 때문에 간략하게만 다루는 것이긴 하겠지만 태클을 걸자면 '증권사 대표'라는 진동기가 망하는 일은 결코 벌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당시 옵션 대박의 사례는?

 

당시 선물옵션거래로 대박이 난 사례는 있다. 9/11테러로 인해, 0.01포인트(1천 원) 짜리였던 외가격 풋옵션이 2.7포인트(27만 원)가 되는 거의 300배 가까운 대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1천 원짜리 풋옵션을 100만 원어치 들고 있었으면, 3억 원이 되는 것이다. 이런 옵션 대박은 '갑자기 터진 사건' 때문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다시 반복되기도 어렵고, 예측하기도 어렵다.

 

이후에도 사실 2008년 금융위기, 2010년 미국 신용강등 사태, 도이체방크 사태 등으로 옵션 대박의 사례들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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