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4대 연예기획사로 불리는 YG Entertainment에서 2023년 1월 새로운 걸그룹을 론칭했다. 연초 위풍당당하게 공개한 것과는 달리, 현재까지 별다른 소식이 전달되고 있진 않다.
하지만 연초 베이비몬스터 공개 이후, 최근까지 빠르게 역대 최고가에 근접하다 다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역대 최고가에 근접했던 이유와 하락세의 이유를 정리해 본다.
코로나로 인해 한류에서 한 발 더 도약한 엔터테인먼트 산업
한국 엔터테인먼트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며 한류라는 말이 탄생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2000년 초반의 첫 한류는 대부분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일대에서 얻고 있던 인기를 뜻하였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중국을 타깃으로 활동을 했다. 이 와중에 일본에서의 인기도 높아지면서 중국과 일본을 대상으로 하는 아티스트들이 점차 많아졌다. 박진영의 JYP 엔터테인먼트는 엔터의 본고장인 미국 진출을 노리기도 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JYP의 미국진출 분투기에 대해 알고 싶다면? - 신고가를 찍고 있는 JYP엔터테인먼트, 그 배경에는 트와이스?
2010년대 중반까지도 아시아 시장을 넘어서는 한류는 거의 존재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철저하게 기획된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전 세계 팬덤을 형성한 방탄소년단(BTS)의 흥행은 한국 엔터계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아시아 시장을 넘어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기존에도 서양권의 투어를 진행했던 SM의 전례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 'SM Family'라는 형태로 소속 아티스트가 모두 동원되는 콘서트였다. 하지만 현재 YG의 블랙핑크나 JYP의 트와이스는 단독으로 월드투어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BTS의 성공으로 인해 한국가수들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오프라인 활동이 줄어든 코로나 시기동안, 화려한 영상미와 함께 SNS에 익숙한 팬덤의 활동이 결합되며 한국 아티스트들의 인기를 더욱 확대-재생산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각 엔터테인먼트사의 공식채널을 통해 새로운 한국 아티스들이 소개되면서 인지도가 적은 아티스트 역시 트래픽을 얻는 효과를 가져가고 있는 셈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연예인들의 인기를 지속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의 온라인 집중화는 이 판을 바꿔놓았다.
즉, 엔터사의 입장에서 '아티스트에 대한 손익분기점 도래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옛날식 표현으로 하자면, 한국에서 10만 장 음반을 팔아야 손익분기점이 넘어간다면, 지금은 전 세계에 10만 장을 팔면 되는 셈이니 부담이 적어지는 것이다.
한류의 도약이 가져온 변화 - 콘서트 규모의 확대
이처럼 한류가 변화하게 되면 달라지는 것은 단연 '콘서트'다. 기존 엔터사의 가장 큰 수익이었던 앨범판매가 스트리밍으로 전환된 시점에서 가장 높은 이익을 가져오는 사업이 바로 콘서트이기 때문이다.
콘서트는 팬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는 행사가 아니다. 이미 해당 아티스트의 팬이 참여하기 때문에 비교적 비싼 가격이 책정되더라도 가격에 대한 불만이 적다. 게다가 콘서트에 들어가는 고정비용인 스태프 인건비나 무대제작 비용은 사실상 고정비용이기 때문에, 공연 회차를 늘려나갈수록 상쇄되는 효과가 있다.
현재 블랙핑크가 진행 중인 BORN PINK 월드투어는 총 관객수 15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2년 10월 15일 한국 공연을 시작으로 49회의 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며, 회당 평균 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할 예정인 셈이다. 이 중에 한국 공연은 겨우 2회뿐이다. 기존의 아티스트들이 중국 4-5회, 일본 4-5회 등 10여 회로 투어가 끝나는 반면, 이처럼 회차를 세네 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JYP의 트와이스 역시 이와 비슷하게 미국 투어 등 기존에 진출하지 못했던 지역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월드 팬덤을 지니고 있는 엔터사들에게는 새로운 금광이 열린 기분일 것이다.
이 엄청난 기회에 대해 시장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한국 4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주가는 다음과 같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 | JYP Ent. | 하이브 | 에스엠 | |
시총 (2022. 12.29) | 8,180억 | 2조 4,067억 | 7조 1,748억 | 1조 8,258억 |
시총 (2023. 4. 21) | 1조 1,013억 | 3조 421억 | 10조 3,383억 | 2조 3,950억 |
PER (2022. 12) | 32.5 배 | 45.1 배 | 197.6 배 | 29.9 배 |
지난 연말 기준 대비, 모든 회사가 약 30%가량 성장했다. 특히 에스엠의 경우 지분문제로 인하여 더욱 변동이 컸다. 게다가 PER 값은 더욱 커졌다.
미래 성장성을 보고 가는 엔터사의 높은 PER은 사실 대단한 것은 아니다. 공연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시점에서 분명 올해 1분기 괜찮은 투자처였던 점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2분기에도 엔터에는 계속 투자할만할까?
최근 엔터주 하락의 이유 - 취향의 변화와 경쟁의 강화
현재 대부분 엔터주 관련 리포트들은 매수 또는 목표주가를 상향하며 거침없는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대부분 엔터사가 지니고 있는 악재들이 해소되었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 리포트가 나오는 것과 별개로 엔터주는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물론 시장 자체의 위축인 부분도 있겠지만, 취향의 변화와 경쟁의 강화로 인한 영향이 조금씩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 아티스트의 안타까운 사고는 이를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스트로 문빈의 사망 - 케이팝의 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취향은 쉬지 않고 변한다. 이 때문에 엔터업계는 언제나 새로운 아티스트와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리고 인기를 유지하기 위한 혹독한 트레이닝 역시 필요하다. 최적의 공식을 만들어내고 성장시킨 한국 K-pop이었지만, 문빈 씨의 사망은 이 업계의 이면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전 세계의 아티스트들은 각자 지구를 정복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이들의 위상도 결국 다른 아티스트에게 넘어가는 것이 순리다. 한국의 아티스트도 예외는 아니다. 유사한 형태의 한국 아이돌만 계속 탄생하고 만들어진다면, 그 피로감으로 인해 곧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현재 각 증권사가 발표하는 리포트에서는 각 회사의 소속 아티스트들이 전 세계 투어를 도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당연히 각 회사의 투어는 엄청난 호재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비슷한 스타일을 보이는 엔터 4사의 가수들이 모두 비슷하게 월드투어를 돈다는 것이다.
당신이 미국에 사는 15살 팬이라고 가정해 보자. 당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국 아티스트들은 분명 여러 팀일 것이다. 이 중에 최애팀도 있을 것이고, 그냥 유튜브나 인스타 만을 보는 팀도 있을 것이다. 15살 꼬마가 사는 부근에 대형 공연 5개가 연달아 열린다고 한다면, 당신의 선택은 무엇일까? 15살 꼬마가 5개의 공연을 모두 갈까? 아니면 최애팀의 공연 1개 만을 보러 갈까? 아마도 그 부모님도 1개나 2개 정도만 허락할 것이다. 즉, 증권사에서 이야기하는 콘서트의 핑크빛 미래가 생각보다 밝지는 않을 수 있다.
외국의 K-Pop 팬덤은 전체 인구에서 아직도 소수에 불과하다. 코로나 이전에는 0에 가까웠던 숫자가 코로나를 거치며 4-5로 커졌기 때문에 엄청난 성장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분야다. 현재부터는 또 다른 K-pop이 아닌, 아티스트 자체로 성장하지 않는다면 기존 K-pop의 파이를 쪼개먹는 데 그치는 비즈니스로 마무리될 수 있다.
2분기까지 엔터업계의 넘버는 분명 굉장히 좋게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류의 영역을 뛰어넘는 변화가 아니라, K-Pop을 뛰어넘는 변화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엔터 업계의 PER는 역시나 과도하다고 느껴지는 시점이다.
엔터업계 관련 글들
Paradise로 니쥬 오리콘 1위, JYP의 전성기?
중국 해외 아티스트 공연 심사 재개 - 한국 엔터사의 공연 가능성, 중국 콘서트 수익 규모
전 세계 K-Pop 공연장 규모 정리 - BTS, Blackpink, Twice
블랙핑크 20억 뷰 달성 - YG 엔터테인먼트 주가 전망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