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 복원시키고, 러시아 및 벨라루스의 수출통제 품목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라는 뉴스가 나왔다. 이 뉴스의 의미와 주식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정리해 본다.
화이트리스트란? 전략물자 수출입이 간편한 국가목록
현재 전 세계가 자유무역 체제 하에 움직이고 있지만, 서로의 안보를 이유로 전략물자의 수출입에 대해 나름대로의 규제를 진행하고 있다. 물자이동을 완전히 막는 방식이 아니라, 정부에 수출내용을 신고하거나 서류 절차 등을 더 추가하여 번거롭게 만드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 중에서 전략물자 수출에서 가장 간소화된 절차 혜택을 받는 동맹국가의 목록을 '화이트리스트'라 부른다.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총 28개국이 화이트리스트에 등재되어 있다. 그러나 2019년 8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함에 따라, 한국 역시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1단계 강등시켜서 준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설정해 둔 상태다.
전략물자라고 정의되어 있는 물품은 단순히 '무기' 등만 포함되는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산업현장에 사용되는 다양한 기기들 까지도 포함할 수 있다. 한 마디로,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수출을 쉽게 시켜주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물자들로 분류되기 시작한 반도체, 배터리나 이와 관련된 소재, 부품, 장비까지 포함된다.
2023년 4월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복원 및 러시아 수출통제
일본은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의 2군(가의 2)이라는 별도 국가로 관리되고 있었다. 비우대국(나군)은 아니지만, 원래 가군 국가들에 비해 조금 더 까다롭게 보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3.1절 기념사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일본과의 관계회복을 신경 쓰겠다는 의지가 반영되면서 일본을 먼저 화이트리스트에 복귀시켰다.
일본과의 관계회복을 천명한 삼일절 담화 : 일본은 협력자? 삼일절 담화의 의미 - 미국의 태평양 전략
이번 화이트리스트의 복귀는 미국의 태평양 전략에 대해 정부가 협조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즉, 이 화이트리스트 복원은 '일본아, 화해하자'가 아니라, 미국에 협조한다는 시그널을 먼저 보였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와 벨라루스로 가는 물자들에 대해 수출제한을 거는 것은 의외의 조치도 아니고 당연한 조치가 되는 셈이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쪽으로 확실히 노선을 정했고, 이에 대해 액션을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투자자들 중에서 '미국 국가안보전략'을 보는 사람이 거의 없는 거 같은데, 연초에 이에 대해 소개한 내용처럼 미국의 태평양 전략은 한국-일본-호주라는 동맹라인을 굳건히 확보하는 데 그 목표가 있다.
자세히 읽어보기 -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 2022년판 미국 국가안보전략으로 보는 경제전망
그렇다면 미국과의 관계를 굳건하게 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결과는 무엇일까?
한국의 액션을 통해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 대만보다 우위에 서는 한국
한국의 위치는 잘 알다시피,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 중국, 러시아와 밀접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이 확실하게 미국의 편에 선다고 하는 것은, 소위 말하는 지정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부상하는 것이다.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가 전 세계 반도체를 놓고 자웅을 겨루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부터는 중국의 대만 점령설이 솔솔 불거지기 시작하며 대만에 대한 불안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는 것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너무나 당연하게도 미국이 한국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번 무역조치로 인해 한국과 일본은 반강제적으로 한 배를 타게 된다. 즉, 대만이 강제적으로 중국에 합병된다고 하더라도 타격이 없는 상황까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게 될 것이다. 대만의 역할을 한국과 일본이 충당하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중국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대로 대만 점령을 진행할 수 있을까? 여전히 가능성은 30% 미만이라고 보인다. 왜냐하면 중국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군사력을 동원한다면 약 2-3시간 내로 대만 점령도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그동안의 일대일로 정책으로 이끌어 온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뿐만 아니라, 전쟁을 일으킨 국가가 되기 때문에 전 세계를 공식적으로 적으로 돌리게 된다.
그리고 현재 대만과 중국 본토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 없이 시민들이 오가고 있는 상태다. 군사적 액션이 실행된다면 양쪽의 자국민을 모두 공격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중국의 입장에서는 무력 점령보다 대만 정부가 '항복하는 형태'의 그림을 만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만 무력 점령을 시도할 경우에는 주변 국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에서 출동이 진행되며 세계대전 급의 전쟁준비가 이루어진다. 왜냐하면 위 지도에서 보이다시피, 중국의 주변에는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몽골,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이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을 치러 들어가는 사이 주변 국경 방어력을 최대로 높이지 않는다면, 이 주변에서도 동시 다발적으로 중국으로 밀고 들어온다. 왜냐하면 중국이 선제공격을 한다면 '전범국가'가 되기 때문에 빈집털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스탄'국가들도 기회를 노리고 함께 치고 들어갈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부담스럽다. 대만을 가져오고 싶지만, 러시아처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애먼 주변 국가에 화만 내고 있는 것이다.
어떤 블로거들은 '그래서 북한으로 대리전을 치를 수도 있다'라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현대전쟁에서는 명분이 답이다. 먼저 때리는 곳은 가차 없이 제재가 들어간다. 그래서 중국 역시 북한보고 한 발 때려보라는 말을 꺼내지 못한다. '테러'같은 모양새로 명분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싶겠지만, 미국의 정찰위성도 장난으로 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전쟁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엄밀히 휴전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묘하게 걸쳐있는 힘의 균형 때문에, 그렇게 쉽게 날 수가 없는 상황이 만들어져 있다.
아무튼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복귀 조치로 인해 한국 시장에도 훈풍이 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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